고요한 가을 밤에는
들리는 소리도 많다
내 영혼의 씀바귀
마른잎에 바람이 스치는
고요한 가을 밤에는
들리는 소리도 많다
내 육신의 높은
언덕 그 위에 서서 얄리얄리
보리피리 불어주던
고요한 가을 밤에는
들리는 소리도 많다
누구의 감는 갈피엔가
뉘우치며 되새기며
단풍잎 접어넣는
고요한 가을 밤에는
들리는 소리도 많다
낙엽보다 쓸쓸한
쓰르라미 울음소리
내 메마른 영혼의
가지에 붙어우는
고요한 가을 밤에는
들리는 소리도 많다
책상위에 고요히
턱을 고이면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어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