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눈을 떠 보니
20년이 흘러 있었네
듣자하니 내가
식물인간이었다더군
거울을 들여다 보니
난생 처음 보는 아저씨
망연자실 얼굴을
쓰다듬고 서 있네
가운 입은 의사 선생이
누가 나를 찾아왔다더니
하루종일 나를 붙들고
우는 가족들
병원을 나와서 보니
온통 처음보는 건물들
해가 지고
처음 보는 거실에 누워서
기억 나는 것은 단 하나
어설픈 눈이 내리던 어느 날
난 흥분된 맘으로
어딘가 급하게 가고 있었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 건
급하게 내가 달려 가던 곳
잘 생각해보면 어딘가
흥분된 마음으로
달려가고 있었던 것 같긴 같은데
다음 날 눈을 떠보니
이 모든 게 꿈이 아니네
하루종일 거실에서
티비만 보는데
누가 내게 전활 걸어
받아 보니 어떤 사내가
사람 난처하게 미안하다며
울기만 하네
기억나는 것은 단 하나
어설픈 눈이 내리던 어느 날
난 흥분된 마음으로
어딘가 힘차게 가고 있었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 건
급하게 내가 달려가던 곳
잘 생각해보면 어딘가
흥분된 마음으로
달려가고 있었던 것 같긴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