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
일어난 시간은 새벽 네시
잠이 오지 않아 약을 삼키고
죽지 못해 사는 내 모습에
가슴이 답답해 그만 목을 졸랐죠
거짓말이라 할지 몰라도
이러면 숨을 쉴 수 있으니까
이 순간이 너무 달콤해서
다들 상처 입으며 살아가
여기에 눈을 뜨고 서있는 사람들아
앞을 못 보는 날
어떻게 요리할지 생각해봐
조금 더 들어와서
나를 더 망가뜨려봐
나를 사랑했던
누구도 날 찾을 수 없게
몇 번이고 서럽게 토해서
어지런 머리 속을 정리하고
뜨거운 물을 받은 욕조에
천천히 들어가 몸을 뉘어놨었죠
시간은 다섯시 사십 칠분
꽃잎이 아르르뚝 떨어지고
그림자가 붉게 남아 내려
양손으로 잔뜩 주워 담았어
여기에 눈을 뜨고 서있는 사람들아
앞을 못 보는 날
어떻게 요리할지 생각해봐
조금 더 들어와서
나를 더 망가뜨려봐
나를 사랑했던
누구도 날 찾을 수 없게
까만 도화지 위 하얀 핏자국이 좋아
까마귀는 웃고 금붕어도 웃었네
빨간색 빨간색 빨간 드레스
완전 하얀 나 나 나 나 나나나 나나
여기에 눈을 뜨고 서 있는 사람들아
앞을 못보는 나
언제나 고통할지 생각해봐
아무도 구해줄 수 없다고
빨리 토해봐
내가 사랑했던
누구도 날 찾을 수 없게
나 이제 확신했어요
언제나 이렇게 살거라고
와닿은 느낌 때문에
울어버렸지만
창문의 커튼을 걷자
부서진 햇살이 찬란해서
엷게 우린 보리차를
마시는 듯 했죠
그만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