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이 곳에 처음 와본 사람은 누구나
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경악할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
그들은 그 긴 방죽위에
서 있어야 한다
이곳은 안개의 성역
긴긴 어둠에서 풀려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나오고
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쉽게 안개와 식구가 되어
송전탑 희미한
동체를 드러낼 때까지
흘러다닌다 흘러다닌다
가끔씩 안개가
끼지 않는 날이면
방죽위로 걸어가는 얼굴들
모두 낯설다 서로 경계하며
바쁘게 지나가고
맑고 쓸쓸한 아침들
날이 어두워지면
안개는 샛강 위에 한 겹씩
그의 빠른 옷을 벗어놓는다
순식간에 공기는
희고 딱딱한 액체로 가득찬다
이곳은 안개의 성역
몇 가지 사소한 사건도 있었다
한밤중에 여직공 하나가
겁탈당했다
기숙사와 가까운 곳이었으나
그녀의 입이 막히자
그것으로 끝이었다
지난 겨울엔 방죽 위에서
취객하나가 얼어 죽었다
바로 곁을 지난 삼륜차는
그것이 쓰레기 더미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불행일 뿐
안개의 탓은 아니다
안개가 걷히고 정오 가까이
공장의 검은 굴뚝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젖은 총신을 겨눈다
상처입은 몇몇 사내들은
험악한 욕설을 해대며
이 폐수의 고장을 떠나갔지만
재빨리 사람들의 기억에서
밀려났다
그 누구도 다시 읍으로
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긴긴 어둠에서 풀려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나오고
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쉽게 안개와 식구가 되어
송전탑 희미한 동체를
드러낼 때까지
흘러다닌다 흘러다닌다
안개는 그 읍의 명물이다
여공들의 얼굴은 희고 아름다우며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모두들 공장으로 간다
이곳은 안개의 성역
안개의 군단은 샛강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
이곳은 안개의 성역
습관이란 참 편리한 것이다
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곧 안개 속을 이리저리 뚫고 다닌다
쓸쓸한 가축들처럼
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
그들은 그 긴
방죽위에 서 있어야한다
이곳은 안개의 성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