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은 세시 공육분
어디서 흘러 온 장미였는지
차마 대답을 못했고
어줍잖게 손 내밀었지
좋은 사람이 되어 줄게
그렇게 칠백삼십일
스물 네 장의 달력이
매달린 벽의 측면에
옅게 물든 화약냄새는 투명해
내가 설명할게 뿌리친 손에다
잘 접어 놓은 대답을
꼭 쥐고 돌아와보니
어느덧 일곱시 이십분
창백해진 얼굴로 거울 앞에 선
그는 한숨을 쉴 뿐
코트를 들었다 놨다
입술을 붙였다 뗀 다음
문을 닫기까지 비슷한 시간이 걸려
들어갔던 방향 그 대로
시선은 거리를 벌려
그 자신도 전혀 원하지 않던
미소는 저 멀리를 겨눠
그 상태로 망가진 저녁
그렇게 너무 쉽게
부서져 버린 시계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자리를 박차고
부서진 문 조각을
가로세로 끼워 맞추고
돌아갈 길은 생각치 않기로
손가락 꺾어 누른 뒤에
흘려 들은 충고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자리를 박차고
부서진 문 조각을
가로세로 끼워 맞추고
돌아갈 길은 생각치 않기로
손가락 꺾어 누른 뒤에
흘려 들은 충고
바늘의 마지막 모습은 열시 공일분
제 자릴 유지해 왔던
수많은 고민들
종이 한 장 차이래
중요한 건 그 종인데
다른 언어를 사용해
생긴게 같아 보인들
그의 그림자가 움직여 다시 밖으로
옷을 던져 버리고는
꽃을 세 송이 꺾어 들어
그는 그제서야 뭔가를 깨달은 듯
문득 그의 모습이 나랑도 꽤 닮은 듯
그렇게 너무 어렵게
조각을 맞춘 시계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자리
부서진 문 조각 산산히
돌아갈 길 두드려 단단히
손가락 꺾어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자리
부서진 문 조각 산산히
돌아갈 길 두드려 단단히
손가락 꺾어
박차고 끼워 맞추고 생각치 않기로
박차고 끼워 맞추고 생각치 않기로
박차고 끼워 맞추고 생각치 않기로
흘려 들은 충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