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졌음 좋겠어
나무도 색이 바랬으면 좋겠어
지저귀는 새도
꽃이 졌음 좋겠어
나무도 색이 바랬으면 좋겠어
지저귀는 새도 다 떠났음 좋겠어
시원하게 비나 더
내렸으면 좋겠어
꽃이 졌음 좋겠어
시간은 돈이래서
내 방 안에서 난 가난해서
또 우울해서 거리로 나와
바람과 날리는 먼지들 사이에서
뒤도 보지 않고 앞으로 걷고 있어
날 보고 있던 사람들 눈은
없었으면 좋겠어
내가 우울해질 수 있게 더
차는 다 멈춰 횡단보도는 없어
공허한 이 길은 텅텅 비고
낯선 느낌 만을 줘
비가 내리고 어두운 낮
그림자 같이 걸어
난 우산을 펴 아니 접어
오늘은 비 맞는 게 더 좋겠어
목적지는 없어도 훨씬 난
더 열심히 걸어 물 첨벙이며
딱 오늘 하루만 내 눈이 이상해져
세상이 온통 흑백으로
보였음 좋겠어
딱 오늘 하루만 내 귀가 이상해져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만 들리면 좋겠어
꽃이 졌음 좋겠어
나무도 색이 바랬으면 좋겠어
지저귀는 새도 다 떠났음 좋겠어
시원하게 비나 더
내렸으면 좋겠어
옷을 고를 필요도 없어
도시의 불빛이라는
스위치를 내 맘대로 껐어
숨 쉴 때 필요한 산소 말고는
불필요해 내게는 다 필요가 없어
깨진 잔 같은 구름들이 떠서
조각을 맞추려 벤치에 누웠어
하늘은 비었어 맑게 개었던 적이
없다는 듯 인상을 지었어
기분을 말하듯 내게 날아든
회색깔 나비에 우울함 이라는
이름 지어 붙여 날려 보냈어
난 어른에 더 가까워진 느낌
받고 불러 나즈막히
이 노래가 좋았나 봐 마지막이
특히 지금 이 노랫말이
맴도네 자꾸 꽃이 졌음 좋겠어
꽃이 졌음 좋겠어
나무도 색이 바랬으면 좋겠어
지저귀는 새도 다 떠났음 좋겠어
시원하게 비나 더
내렸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