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그때여 흥보가
“여보마누라. 나 읍내 좀 갔다 오리다.”
“읍내는 왜요?”
“호방한테 가서 환자섬이나 얻어다가
죽게된 자식을 구원해야겠소”.
“아니, 만일 안 주시면 어쩌랴고 그러시오?”
“ 아 이사람아. 무슨 일을 꼭 믿고 다니나? 사구일생으로 알아야지.”
“여보 마누라 내 도포 좀 내주시오”
“도포는 어따 두셨소? ”
“장 속에 두었지”
“아니, 우리집에 무슨 장이 있단 말이오?”
“달구장은 장이 아니오? 내 갓 좀 내주시오.”
“갓은 또 어따 두셨오?”
“굴뚝 속에 두었지.”
“아니, 왜 갓을 굴뚝 속에 두셨오?”
“조대비 국상 시에 백립 하나 얻은 것을 굴뚝 속에 넣었다 쓰면 갓양이 튼튼허다기에 굴뚝속에 넣어두었지.”
흥보가 들어가는디
자진모리)
흥보가 들어간다.
흥보가 들어간다.
흥보 치레를 볼짝시면
철대 떨어진 헌 파립
버릿줄 총총 매어
조세 갓끈을 달아써
떨어진 헌 망건
밥풀관자 종이당줄
뒷통나게 졸라매고
떨어진 헌 도포
실띠로 총총 매어
고픈 배 눌러 띠고
한 손에다가 곱돌 조대를 들고
또 한 손에 다가는 떨어진 부채 들고
죽어도 양반이라고
여덟팔짜 걸음으로
으식 피식 건너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