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팔은 이제 못 입겠어요
지난번엔 함박눈이 왔는데
까만 머리는 얼굴을 덮어요
못난 외모가 좀 가려질까요
나는 남들보다 더더 더뎌
나는 남들보다 덜떨어져서
나는 남들보다 더 떨어졌어
어쩌다 이리 커버린 걸까
신이 있다면 날 버린 걸까
나의 집은 저 밑에 있어
햇볕 덮은 밖은 무서워
나의 집은 더 밑에 있어
바닥없는 바다 같아서
허우적 허우적 허우적 오늘도
허우적 허우적 허우적 밑으로
밤이 되면
잠깐 나타났다 사라져
달처럼
밤이 되면
모두 나타나서 괴롭혀
너처럼
나의 집은 저 밑에 있어
햇볕 덮은 밖이 그리워
나의 집은 더 밑에 있어
나는 지금 저 밑에 있어
때가 되면 나를 꺼내줘
나는 지금 더 밑에 있어
때가 되면 꼭 벽이 될게
날 도와줘 날 구해줘
선율 붙은 글에는
제목이 필요해
굴을 파고든
내가 떠오른 영화가 떠올라
두더지였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