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축구 연습을 마친
무림이와 다운이 그리고 이든이는
아파트 앞 상가의
[아빠 만세 치킨] 집 앞에 도착했어.
새로 생긴 치킨집 앞에는
키가 큰 화분이 여러 개 놓여 있어.
화분에는 ‘이번에는 대박 가자!’,
‘국가대표 치킨집 김 사장 화이팅!’,
‘축 개업’ 등의 문구가 적힌
알록달록한 리본이 펄럭이고 있어.
“그냥 들어가면 되겠지?
하은이도 와 있겠지?”
다운이는 이든이와 무림이를 바라보며
누군가 앞장서 주기를 바라는
눈빛을 보내고 있어.
“그냥 들어가 보자.
하은이가 한시부터 여기에 있을 거라 했어.”
“그래, 마 들어가 보자!”
언제나처럼 이든이가 앞장서서
치킨집 문을 열었고,
다운이와 무림이도 그 뒤를 따랐어.
동그란 카라가 달린
하늘색의 귀여운 원피스에
[아빠 만세 치킨]이라고 쓰인
남색 앞치마를 두른 하은이가
활짝 웃으며 친구들을 반겼어.
“드디어 왔구나.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어.
아빠, 아빠! 친구들 왔어요.”
하은이의 들뜬 목소리에
똑같은 앞치마를 두른 하은이 아빠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나타났어.
“얘들아, 어서 와.
하은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다운이, 이든이….
그리고 네가 무림이겠구나?”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김무림입니다.”
“아저씨, 축하드려요.
이거 엄마가 가져다드리래요.”
아이들은 저마다
하은이 아빠에게 인사를 했고,
다운이는 엄마가 주신
‘개업 축하드립니다.’라고 쓰인
하얀 봉투를 하은이 아빠에게 전해드렸어.
하은이 아빠는 뽀글거리는
머리 아래로 흐르는 땀을
회색 수건으로 쓱쓱 닦으며,
아이들을 가장 안쪽의 테이블로 안내했어.
“얘들아, 아저씨가 오랫동안 준비했던
필살기를 보여줄게!
일단 ‘후라이드’ 한 마리랑,
아저씨가 개발한 ‘달콤 짜릿 치킨’
한 마리를 선보일 테니
신나게 먹어보자.”
하은이 아빠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치킨이 가득 담긴 접시 두 개를
양손에 들고 아이들의 테이블로 다가왔어.
“우와! 신난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이든이는 어깨를 들썩이는 춤까지 추며
포크를 집어 들었어.
“잘 먹겠습니다.
하은이가 달콤짜릿 치킨이
맛있다고 했는데, 너무 기대돼요!”
“안 남기고 잘 먹겠습니다.
저희 지금 진짜로 배고프거든요. 히히히.”
아이들은 하은이 아빠가 만들어 주신
따끈한 치킨을
호호 불어가며 맛있게 먹었어.
“하은아. 너무 맛있다.
너는 진짜 좋겠다. 치킨집 딸이라니.”
이든이는 한입 가득 치킨을 넣은 채로
하은이에게 말했어.
“그러게. 나도 어릴 때부터
아이스크림 가게나
치킨집 아들이 되는 게 꿈이라니까.
크크큭. 아, 근데 하은아
엄마는 어디 계셔?”
다운이는 가게 오픈 하루 전날
하은이 엄마가 함께 계시지 않는 게
궁금해서 하은이에게 물었지.
“아, 엄마는 시장에 다녀온대.
내일 개업식 때 손님들이랑
주변 상가분들께 나눠드릴 떡 주문한다고.
오전까지도 여기서 같이 있다가
조금 전에 나갔는데,
울 엄마 곧 올 거야.”
하은이는 맛있게 치킨을 먹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어.
하은이 엄마와 아빠는
이젠 예전처럼 서로를 미워하지 않는대.
엄마는 여전히 회사에 다니지만,
아빠 치킨집 홍보도 제일 열심히 하시고,
아빠가 도움을 구할 때마다
슈퍼 우먼처럼 달려간다나.
그래서인지 요즘 하은이는
늘 싱글벙글이야.
“야들아, 근데. 우리 언제까지
코딱지 비밀클럽이라고 할 꺼고?
이제 조이든이가 가끔
코딱지 파는 거 빼면
아무도 코딱지도 안 파고
내 딸꾹질도 이제 딱 멈췄는데,
이제 뭐 더 괜찮은 이름으로
바꿔야 되는 거 아이가?”
치킨을 먹다 말고
곰곰이 생각에 빠졌던 무림이가
입을 열었어.
“야, 나도 이제 코딱지 안 파거든~!”
이든이는 발끈했지만,
금방 웃는 얼굴이 되어 있었어.
“그래, 무림이 발표도 성공했으니
우리 좀 더 근사한 이름으로 바꿔볼까?”
하은이가 무림이의 말에 동의했어.
“뭐가 좋을까? 노 코딱지 클럽? 큭큭.
아니면 축구클럽? 치킨클럽?
어휴 모르겠다
나는 이름 정하는 게 제일 힘들어.”
다운이는 가장 먼저 의견을 낸 무림이에게
책임을 넘기려는 듯
무림이를 쿡쿡 찔렀어.
“왜 이렇게 찌르노 아프게.
킥킥. 나는 ‘코딱지 성공클럽’이
어떨지 생각해 봤다.
느그가 코딱지로 만난 사이라고 카니까
코딱지는 못 빼겠고,
우리가 하나하나 해내지 못하던 것들을
성공해 내고 있으니까,
성공클럽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그든.”
무림이는 어느 때보다 진지한 얼굴로
친구들이 좋다고 말해주길 기대했어.
“그러네, 나랑 무림이는 이제 발표 왕이 되었고,
이든이는 좀 심심해도
코딱지 없이 노는 법을 배웠고, 킥킥.
그리고 하은이네 부모님의 사이가 좋아진 덕에
하은이도 행복해졌고!”
다운이는 친구들과 자신이
변화된 모습들을 하나하나
이야기해 보며 고개를 끄덕였어.
“그거 괜찮다. 코딱지 성공클럽!
어쩐지 듣기에도 좋은 것 같고.”
하은이가 무림이의 팔뚝을
찰싹 때리며 웃어 보였어.
다운이와 이든이까지 모두가
코딱지 성공클럽의 탄생에 찬성했어.
“여기도 찬성 한 명 추가요!”
시원한 가을바람이 부는
토요일의 늦은 오후,
치킨과 친구까지 함께하는 이 시간은
너무나 완벽해.
다운이와 이든이 그리고
하은이와 무림이는 조금씩 성장해 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오래오래 좋은 친구가 되기로
마음을 정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