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무도 아니죠
그대의 일상의 수많은 사람 중에
하나일 뿐이죠
가끔씩 길에서 우연히 만나면
인사를 잘 하는 편안한 인상의
한 남잘 뿐이죠
어떤 날에는 농담도 건넸죠
또 어느 날엔 차갑게 굴면서
무심한 척도 했죠
하지만 그댄 늘 똑같은 눈인사와
늘 같은 만큼의 미소로
내 곁을 바쁘게 스쳐갔죠
알 턱이 없겠죠
나라는 사람이 이렇게나
설레어하는걸 애태워하는걸
그러던 어느 날 한 술자리에서
오랜만인 내 친구와 함께 온
그녀를 보았을 때
무너진 가슴이 한없이 나를 탓해도
그저 조금 놀란 척 웃으며
술잔을 기울일 뿐
너무 세상이 좁아서 아무개보다는
조금 나은 친구의 친구란
이름을 얻게 됐지만
차라리 아무도 아닐걸 그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