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시인: 이해인)

장유진

♠ 편 지 ♠        - 어머니에게

어제를 보내고 돌아와
닫혀진 창을 열면
순백의 옷을 입고 오는 정결한 아침

어머니
때로는 슬픔이 기다리는
좁은 돌층계를 기쁘게 오르다가
갑갑하게 돌아와 부른
나의 노래가 한숨일지라도

진정 오랜날 하늘을 안고
깊은 마음 밭에 물을 뿌리게 한
신앙은 또 하나의 목숨이었습니다

한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짧은 여정을 위해
얼마나 성스럽게 짐을 꾸려야 할지
그 한분의 큰 손이
나의 어께를 치셨습니다

부르시는 소리에 옷깃을 여미며
처음인 듯 새롭게
가득히 안아 보는 은혜로운 했살

어머니
일출의 바다는 또한
일몰의 바다임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님이 오실 그 바다에서
당신을 마나겠지요

질푸른 파도같은 노래를 태우며
가야 할 아침들이 기도에 젖어
늘 깨어 있었으면 합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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