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는 호스가 있었다. 호스에서 얼마 떨어진 곳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물줄기
에서 산탄되는 물방울은 강하게 경계선 밖으로 너를 밀친다.
'사실 나는 거기에 있었다'
너는 어떤 믿음의 실오라기를 붙잡는 의지에 찬 표정이었건 것 같기도 하고 슬퍼
하는 상태인 것 같기도 하였다. 나의 두 팔, 두 다리가 결박당해 있었던 것은 사
실이 아닌가.
난 구경하여 깔깔대고 망설이다가 도로에 침을 뱉고 있었다.
(그 도로는 마당과 광장을 섞어논 듯 보였다.)
호스에서 뿜어 나오는 너의 반대되는 이야기도 어느 정도 귀 기울인 것이 사실
옳다고 볼 수 있다. 경계선은 오늘따라 더욱 선명했다. 나는 너와 눈을 마주칠까
봐 의식을 잃었다. 내가 누군가에 의해 운반되고 있을 때 의식을 깨웠다. 속도가
느껴졌다. 낯익지만 생경한 노부인이 내 옆에 앉아 대강대강 사과를 깎아 바구니
에 담았다. 나는 알맹이를 넣는 지 껍질을 넣는 지를 볼까 봐서 얼른 다시 의식
을 잃기로 하였다.
★"자정을 넘어서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 애쓰지 마세요. 뭘 그렇게까지 친절을 베푸시는지 사실 난 궁금하기도
합니다. 잠깐 사과가 상했는지 보고 올께요"
★"사과는 상하지 않았습니다. 상하는 것은 따로 있지요"
●"내 말이 그말입니다. 그러니 그렇게까지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인데... 알고
계시면서 괜히 그러세요"
★"그래도 그건... 저게 여기에 있으니깐..."
●"아니예요. 당신은 묶여 있잖아요. 그러니 그건 괜찮아요. 나는 수도꼭지를 확
인하겠어요. 당신은 마당에 있는 호스를 점검해 주세요. 우리 그렇게 하죠. 참
당신은 묶여 있군요"
★"오늘따라 더욱 선명해 보이시네요"
●"자꾸 그러시니 몰입할 수가 없잖아요"
★"원래 그런게 아니겠습니까?"
●"아니에요. 나는 꼭 봐야겠어요"
★"뭐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실례합니다만..."
●"정신 차리세요. 또 일부러 의식을 놓치려 하시는군요. 그럼 못 써요"
★"그럼 제가 상했나요?"
●"당신은 장난치다 지치는 줄 모르고 기어이 이 지경이 되었답니다."
게슴치레한 언변이 통할 리 만무하다. 진심의 심리적 생산성은 개밥그릇에서조차
보이지 않는다. 마당에 심은 작년의 진심이 별안간 처치당한 것으로 보여진다.
사실 마당에 묻은 작년의 진심이 별안간 처치당했다.
오늘
수사반장이 아침에 물 한잔을 먹고 웬일인지 비타민은 빼고 그 수사반장이
면도칼을 쥐고 거울앞에 서서 출생한지 9분만에 실종된 딸아이의 숨소리를 기억하
며 오열을 한다.
반짝거리던 혈액, 하수구를 질식시킨 잔혹스러운 머리칼
후덥지근한 기도, 적색 경보등을 켜서 낙하시키는 쇠공
이 모든 것들이 엉키기 시작한다. 타일위에서
호흡정지, 동맥절단, 나타나는 검은 개
영원하다던 은빛 지붕을 거세게 날려버린다.
시간보다 더 오래된 냉각기에 신경성 변칙적 잡음 찰나를 암시하고 수사반장이 표
본실 탁자위에 서서 의식을 분해하며 거리로 나섰다.
거리에는 붉은 색 망토 난장이의 행렬 끝이 보이지 않고 다방건물 옥상에선 어제
그 아저씨의 다이빙 연습이 계속 진행중이다.
어제
묵직한 무전기를 꺼내 대원들에게 지시를 한다. 신념에 찬 목소리로
왜냐하면은 수사반장은
수사반장이라
움직이는 것은 형사들이 움직인 것은 오후 11시 08분이었다. 구로공단을 찾아 목격
자를 찾고 머리털 하나를 소중히 여기며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국립과학연구소에
다급히 의뢰를 한다. 고뇌의 두통과 초조함의 복통과 두려움의 치통이 일순간에 수
사반장에게
대원들에게 연락이 왔다.
'영등포 대형 분수대 좌측하단 낡은 구석에 그 소녀가 어떤 소녀가 사지가 찢긴 채
누워있다'는 수사반장은 이제야 진땀을 흘린다. 택시를 탔다. 하늘은 온통 보라빛
격한 파도로 술렁거리고 녹아들어가는 회색쿠션에 허술하게 허우적대며 그토록 집착
을 한다.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고 수사반장이 예감을 한다. 그 숨소리와 나른함과
변칙적 잡음 시멘트 바닥으로 돌변하여 불안을 뿜는다
오늘
엊저녁까지 모든 걸 말해줄 것 같던 수사반장이 이제는 아무 말이 없다. 모든 걸 말
해줄 것 같던 확신에 찬 수사반장이 지금은 아무 말이 없다.
한편 모든 전화국 직원이 격리 감금된다.
결과는 다음주 이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