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내린 나무 (Inst.)

서영은

하늘이 뱉어 낸 무거운 한숨에
바짝 내려앉은 회색 구름
창백한 얼굴로 주저앉아
버려진 나처럼

그리움이 벌써 무섭게 자라나
가지를 쳐내도 소용없어
베어진 가슴에 내려앉아
뿌리를 내렸나봐

간단 말도 못하고 간 너라서
되려 오지 못하는 건 아닐까

사랑이라는 흔한 말 너무 버거워서
견딜 수가 없었을까

간단 말도 듣지 못한 나라서
되려 울지 못하는 건 아닐까

사랑이라는 흔한 말 두려워
작은 내 마음이 숨었나봐
그 날 부터

거칠고 모진 바람아 불어내
그리움 다 가져가
송두리째 다

보냈다는 말을 할 수 없어서
아프다는 말도 할 수 없어서

사랑이라는 그 말이 두려워
끝내 돌아서서 숨었나봐
그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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