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비 오다 말다, 반구대 어둑 어둑
배 띄우러 가는 골짜기 춥고
사납게만 휘도는 검은 물빛 대곡천
시끄럽게 내 발길을 잡고
다만 어린 고래여, 꿈꾸는 고래여
거기 동해로 가는 길은 어디
어기야 디야, 깊고 푸른 바다
어기야, 그 망망대해...
나의 고래는 이미 물 아래로 떠났을까
태고의 바위들 굳게 입 다물고
그의 체크 무늬 모자 위 차가운 비 그치고
“허어... 그 배를 볼 수가 없군요”
아, 어린 고래여, 나의 하얀 고래여
우리 너무 늦게 도착했나
어기야 디야, 깊고 푸른 바다
어기야, 그 백척간두...
먼 세기 울산만의 신화도 아득하고
소년들의 포구도 사라지고
문 닫힌 컨테이너 그 옛날 매점 간판만
숲으로 가는 길을 막고 섰네
다만, 어린 고래여, 꿈꾸는 고래여
붉은 산호들 춤추는 심해는 어디
어기야 디야, 저녁 숲 속의 바다
어기야, 거기 서 있는 고래여...
거기 문득, 서 있는 고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