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

최백호

숱한 밤을 태운
뜨거웠던 추억도
이젠 강물에
말없이 보내야지
들꽃처럼 왔다
들꽃처럼 간다
내 이름을 묻지 말아주오
바람처럼 왔다
바람처럼 간다
나의 길을 묻지 말아주오
오랜 상처 위로
눈물이 흘러도
이젠 가야지
쓸쓸히 떠나야지
시린 가슴 속에
남겨진 사랑도
이 밤 지나면
깨끗이 잊어버리겠어
구름처럼 왔다
구름처럼 간다
머물 곳을 묻지 말아주오
파도처럼 왔다
파도처럼 간다
흔적일랑 찾지 말아주오
떠나버린 사랑
가슴이 아파도
돌아서야지
가슴에 묻어야지
숱한 밤을 태운
뜨거운 추억도
이젠 강물에
말없이 흘려 보내야지
불꽃처럼 왔다
불꽃처럼 간다
꺼져버린 꿈을 묻지 마오
풍문처럼 왔다
풍문처럼 간다
떠난 뒤에 찾지 말아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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