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질끈 묶은 머리칼 (홍재목)

심규선

너는 별것도 아닌 일에 귓볼까지 붉어지게
마음 약한, 너무 착한 남자
좀 재미없다 생각했지
한때 왜 날 사랑하는지 보채며 네게 물어봐도
대답 못 해, 정말 단 한 번도
난 늘 못내 그게 서운했어

아무렇게나 질끈 묶은 머리칼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이 싫은 건 아닌 건지
너의 곁에 어울리는 사람 정말 내가 맞는지

난 끝도 없이 확인하려 하지만
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린 또 싸우게 돼
항상 나만 바라본 것 같아 넌 나를 보지 않는데

헤어지고 나서도 오래 아플 만큼 아파한 뒤에
이제 정말 잊어보려는데 밤 늦게 걸려온 네 전화

아무렇게나 질끈 묶은 머리칼
꽃줄기보다 붉게 웃던 조그만 입술까지
항상 나를 네 오른쪽에서 걷게 하고 싶었다며

처음 느껴본 마음이 너무 많아서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망설인 순간들을
지금까지 후회하고 있어

네 떨리는 목소리, 내 떨리는 목소리
이제 와 아무 소용없는 말들을
힘없이 겨우 털어놓던 마지막 네 고백이
지금까지 내 가슴에 맺혀 난 누구도 사랑 못 해
난 누구도 사랑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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