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처음 만나
함께 열광했던 모든 것들
연예인 사생활에서부터
외우고 다니던 여자 아이들
싸움 잘하는 친구들과
서열 매기는 일들
그리고 막연했던 미래를
취업한 친구들과
유학 간 친구들
그 둘 중 아무 것도 아닌 나는
고민하는 새끼
술값 안내는 개새끼
대책없이 군대
미뤄재끼는 미친새끼
내가 뭘 먹고 살지
걱정하지 왜
마땅치 않아
너네도 걱정하는데
나한테 오빠 오빠 쫓아다니던
기집애들 그렇게
살지 말라 그래
내가 뭘
자격증 딴 걸 같고
나한테 자랑할껀가
입사 시험 붙었다고
내게 충고할껀가
간만에 만나놓고 나 안 반갑니
걱정하지마 난 괜찮아
같이 있던 순간은
세상이 내 것 같았지
우리는 이미 헤어진 사이라
말하기 쑥스럽긴해도
사실은 그때가
첫번째 키스였어
아닌 척 한건 부끄러워서 였어
나이가 찼으니까
선을 보러 다니겠지
대학때 만나 동거했던
남자들은 결국 다 헤어졌니
조건이 안 맞았니 어릴때부터
넌 부모님 말씀 잘 들었지
내가 어떻게 살지
걱정하지는 마
나도 애인은 없지만
니가 더 걱정된다
조건 맞춰 결혼하고
사랑없이 살아가는
내가 알던 넌
그런 삶이랑 안 어울려
사랑을 믿지 말라고
내게 충고할껀가
현실에 좌절할까
나를 걱정해줄껀가
추억을 더듬기에도
아까운 시간이야
술이나 먹자 난 괜찮아
화염병 깨지면서
솟는 푸른 불길
매퀘한 최루탄 연기
입과 코를 막고
열나게 뛰었다가
문득 눈을 들어보니
닭장 차 앞이었지 기억나니
훈방 조치 받고
형들한테 술을 얻어먹었지
졸업한 이후에도
끝까지 싸우자했지
그런데 군대 갔다온 뒤
난 널 못봤어
도서관에 있었니
삐삐 다 꺼놓고
넌 내가 어찌 살지
걱정해서는 안돼
새로운 세상을 위해
누군가 희생해야만 한다고
그렇게 말했잖니
그런데 그 사람이
니가 아는 사람인건 싫은 거니
보다시피 별건 없고
너와 차이도 없어
니가 가진 자격증과
대기업 명함이 없을 뿐
평균으로 댓병 까는
술고래는 그대로야
3차가자 난 괜찮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