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불 대신에 안테나를
최대한 많이 띄워 놓고
국화꽃 대신에
아이콘들을 화면 위에 수놓고
우리 둘 사이 사라진 대활
추모하며 묵념
우리 둘 사이 사라진 대활
추모하며 묵념
향불 대신에 안테나를
최대한 많이 띄워 놓고
국화꽃 대신에
아이콘들을 화면 위에 수놓고
우리 둘 사이 사라진 대활
추모하며 묵념
우리 둘 사이 사라진 대활
추모하며 묵념
우린 서로를 확인 해
몇 시간씩 속 깊은 대화로
하지만 볼을 맞대고 있던 건
스마트폰의 액정 화면
그러고서 다음날 만나면
카페에 마주 앉아서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기다렸다는 듯 또 액정화면
그녀는 자꾸
손을 쭉 뻗고 30도 위의
화면 안에 자기 얼굴에 반한 듯
계속해 웃고 있네
오 그래
Insta에 셀카 하나
없는 앤 별로이긴 해
하지만 셀카 밖에 없는 애는
쪼끔 소름 끼치네
그 남자는 단체 채팅방을 순회하고
Twitter의 재잘거림과
facebook feed의
얼굴에 좋아요
엄지를 남발 오늘 대충
100 thumbs up
초록 창에도 들어가
누가 또 벗어서 떴어
커피가 줄고 배터리도 줄고
잠깐 눈을 들어
얘가 뭐하나 예의상 묻고
다시 목소릴 묻고
조용히 고개 숙여
우리 둘 사이
사라진 대화를 추모하며 묵념
향불 대신에 안테나를
최대한 많이 띄워 놓고
국화꽃 대신에
아이콘들을 화면 위에 수놓고
우리 둘 사이 사라진 대활
추모하며 묵념
우리 둘 사이 사라진 대활
추모하며 묵념
향불 대신에 안테나를
최대한 많이 띄워 놓고
국화꽃 대신에
아이콘들을 화면 위에 수놓고
우리 둘 사이 사라진 대활
추모하며 묵념
우리 둘 사이 사라진 대활
추모하며 묵념
너는 그가 새로 산
운동화의 가격에 놀라워해
또 그녀의
brunch hashtag엔
배가 고파지네
그저 누군가가 좋아한다고
니 앞까지 온 사진과 동영상
불과 몇 초 전까지
몰랐던 것들 쉽게도 좋아지네
못 봤던 개그프로
highlight 웹툰 다음화
예쁜 아가들과
닭살 돋는 커플사진
밑에 달린 댓글에 배 아파하다
네 지구 위에 빨간 불이 반짝이면
그제서야 색깔 없던
너의 눈동자가 처음 빛났어
혹시 관심이라는
동물을 알아 지금은 멸종 위기
대화라는 놈도 이제는 말야
사파리에서만 볼 수 있지
검은 화면 위에
번쩍거리면서 보여주는 빛에
다 눈이 멀어
고개 너머 보이는 것들엔
검은 그림자를 한껏 드리지
What a worst behavior
we ever had huh
도대체 그게 뭔데 어
왜 셀 수 없는 것들에다가
숫자를 붙이고 세려 해 어
뜨겁다 믿었던
체온 위로 성호를 긋고
우리 둘 사이 사라진 대활
추모하며 묵념
향불 대신에 안테나를
최대한 많이 띄워 놓고
국화꽃 대신에
아이콘들을 화면 위에 수놓고
우리 둘 사이 사라진 대활
추모하며 묵념
우리 둘 사이 사라진 대활
추모하며 묵념
눈빛을 느끼는 것
입 꼬릴 살피는 것
가늘게 떨리는
눈꺼풀을 발견하는 것
그게 때론 더 많은 이야길
하고 있다는 걸
까먹은 지 너무도 오래됐어
우린 덜 중요한 걸 더 보게 됐어
우리가 얻게 됐던 속도감과
늘 연결돼 있고 늘 소통한다는 말
따윈 갖다 버리고 그 손 좀 잡아
배터리 때매 뜨거워진 폰 말고
365일 36.5도인 체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