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눈을 감았지
파도에 휩쓸린 채
눈 뜨고 보니 이곳에 서 있네

허름한 옥탑방 방구석에
틀어박혀 있을 때로
돌아갈 수는 없기에
오늘 난 집을 다시 나섰네
홍대는 내 꿈을 가져왔기에

시간은 2012
내 이름을 건 나의 첫 믹스테입을 낸 뒤
반응을 이끌어냈지 갑자기 많아진 공연
내 앞에 선배보다 더 돈을 많이 받아냈지
어떤 한계가 보여 늘상 내가 바라보던
대부분이 썩은 우물 안의 개구리였던 것
꾸준히 하면 되겠지라며 제자리걸음
새로운 시도나 도전 앞에는 언제나 얼음
그때 오디션의 이름은 쇼미더머니
상금은 이억이나 난 참가했어 당연히
기회는 딱 한 번 에미넴이 그랬지
증명하면 돼 그런데 모두 변명을 해
방송은 멋없대 아니면 존중이 없대
이때 내가 들은 생각은 전부 겁쟁이들
그런 걸 겁내기 전에 직접 나가 바꾸면 돼
내가 바꿔내면 기어 나오겠지 다음 번에

알아 이 더러운 시스템
다 짜고 치는 이 게임
이용당해도 나 역시 이용하면 돼
기회가 올 때
무대로 보여주면 돼
중요한 건 어디서냐 보단 어떻게

공연이 끝나면 무대 위에는 안 올려줘
투표지에 참가자 이름은 안 적어줘
원하는 답이 내 입에서 나오기까진
끝나지 않는 인터뷰 우린 계속 답답하지
누구도 나서지는 않아 권력에 겁쟁이 돼
잃을 게 많아도 총대를 멨지 내가 대신
스타성에 따라 분담량이 다 정해질 때
이럴 바엔 차라리 내가 빠진다고 했지
솔직히 말했어 나 랩은 잘한다고
하지만 안 까먹고 서로가 가진 장단점을
칭찬했고 인정했어 존중을 갖고 있기에
어떤 게 옳은 태도인지
정확히 잘 알고 있기에
숨기지 않았어 내 마음속의 진심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 머리 속엔 진실
촬영장에 내 모습은 떳떳했어 분명히
막상 방송된 모습을 직접 보기 전까진

꿈이 얼마나 더 커지나 봐야지
절대 멈추지 마
지금 어디가 가끔은
자신을 돌아봐
어디쯤에 서 있나
밖이 아닌 나를 봐 남이 아닌 나를 봐
덜어내고 덜어내다 보면 결국엔
진짜만 남겨질 테니까

잘라진 앞과 뒤 여기는 타임머신
필요한 건 단지 같은 얼굴 같은 옷차림
단 하나의 답 그들의 질문은 여러 가지
나 밖엔 악역이 될 수 없대
거짓말 내가 들은 욕만 해도 진짜 셀 수 없네
여기 답 내가 이기면 방송이 너무 뻔해서
아니면 PD들의 권위에 내가 도전해서
붉은 노을 이후 더욱더 심해지는 왜곡
주어진 역할대로 정해지는 방송 태도
만난 적도 없는 기자들 무자비한 기사
티비 화면처럼 좁아지는 사람들의 시야
권력에 가까워진 뒤틀린 권선징악
의무가 된 겸손과 가식적인 자기 비하
이억 중에 상금 중에 사라져버린 일억
나도 사라질게 당신들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면 달랐겠지만
이젠 지나간 시간 욕망의 들러리
눈을 뜨고 눈을 감고 움직여도
한 발짝도 나가질 못했어
전부 껍데기와 거머리
내 얼굴과 음성이 전파를 타
이야기가 필요하지 이건 영화와 같아
더 많은 시선만을 필요로 하니까
더 많은 시선만을 필요로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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