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될까
혹시 만나면 니 얘기를 해도 될까
그럼 그 사람이 화를 낼까 듣고 있을까
난 들어볼 것 같은데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을 사랑하는지
하지만 그러면 안되겠지
사랑하는 사람끼리 예의가 아니겠지
그럼 무슨 얘기를 하고 놀까
넌 내가 말이 없어서 재미없다고 얘기했었는데
통이 넓은 연한 회색 바지와 흰 반팔티에
굽이 낮은주홍색 샌들을 신고
여름 이었지 그때
조금 더운 바람도 좋았고 햇살도 좋았꼬
지나치는 사람들의 표정들도 내 마음도
참 많이 설레고 좋았어
너와 함께 있었으니까..
음..나뭇꾼은 선녀가 그렇게 떠난 후에
많이 힘들었을거야
만날 사람도 없고 고요하기까지한 숲속의 빈집에서
선녀를 생각하고그리워하고 아파하면서
답답하고 힘들었겠지
하지만 난 도시에 살고있고
하기 싫어도 해야할 일이 있어서
널 하루종일 그리워 할 수는 없을거야
그나마 다행이지 너와 나를 위해서는
나뭇꿑은 계속 선녀를 그리워하다 죽었을까
아님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살았을까
아마 편하지는 못했을 거야
기억이라는 게 그렇잖아
지워지는 게 있고 지워지지 않는 게 있고
기억 속에서 기억나지 않는 기억을 보여주는
기계가 나온다면, 난 세살부터 보고싶어
막 걷기 시작했을 때
그때 세상은 막 흔들렸을거야
뒤뚱뒤뚱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그런 기계가 정말 나왔으면 좋겠다
그럼 난 널 기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겠지
그 기계로 다시 볼 수 있게 말야
편안한 마음으로 옛 앨범을 꺼내 보듯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행복해지겠지
영원히
너에게 처음 얘기하고 싶었어
사랑해
라고 얘기했을 때 니가 내이름을 부르면서
안타까운 목소리로 그러지 말라고 그랬던 거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그날 밤 난 정말 많이 울었는데
그게 우리의 마지막 통화였잖아
새벽까지는 그냥 막 눈물이 흘렀는데
마지막이었구나 생각이 드니까
막 흐르던 눈물이 천천히 흐르더라 아침까지
가슴이 시리다는 말 그때 참 많이 다가왔어
컴퍼스로 동그랗게 그려서 떼어낸 것 처럼
뚫려 있는 가슴을 만지면서
사랑이 참 무섭다는 걸 알게 됐어
나뭇꾼은 처음부터 선녀가 좋았을거야
왜 그런말이 있잖아 첫눈에 반한다는
정말 무서운 얘기지
거기에 이유가 없거든
그러면서 하나씩 하나씩 자신을 버렸겠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자기여자가 아닌걸 알면서 사랑하고 있었던 나뭇꾼의 시간들은
사랑을 위해 하늘의 뜻을 어겼는데
그 벌로 사랑을 잃어버렸을 때
나뭇꾼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느낌도 향기도 촉감도 남아있었겠지
그게 더 힘든건데
소리가 나올때까지 눈물이 흐를때까지 울었을거야
고요한 숲 속의 빈집에서
선녀의 흔적들을 붙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