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보 제비 노정기 - 성창순
흑운 박차고 백운 무릅쓰고 거중에 둥둥 높이 떠
두루 사면을 살펴보니 서촉 지척이오 동해 창망하구나
축융봉을 올라가니 주작이 넘 놀고
황우토 황우탄 오작교 바라보니
오초동남 가는 배는 북을 둥둥 울리며
어기야 어야 저어가니 원포귀범이 이 아니냐
수벽사명양안태 불승청원각비래라
날아 오는 저 기러기 갈대를 입에 물고
일 점 이 점 떨어지니 평사낙안이 이 아니냐
백구 백로 짝을 지어 청파상에 왕래하니
석양천이 거의노라
회안봉을 넘어 황릉묘 들어가 이십오 현 탄야월에
반죽 가지 쉬어 앉아 두견성을 화답하고
봉황대 올라가니 봉거태공 강자류
황학루를 올라가니 황학일거불부반 백운천재공유유라
금릉을 지내어 주사촌 들어가 공숙창외 도리화라
낙매화를 툭 차 무연에 펄렁 떨어지고
이수를 지내어 계명산을 올라 장자방은 간 곳 없고
남병산 올라가니 칠성단이 빈터요
연조지간을 지내어 장성을 지내어 갈석산을 넘어
연경을 들어가 황극전에 올라 앉어
만호장안 구경하고 정양문 내달아
창달문 지내 동헌을 들어가니 산 미륵이 백이로다
요동 칠백리를 순식간 지내어
압록강을 건너 의주를 다달 안 남산 밖 남산
석벽강 용천강 좌호령을 넘어
부산 파발 환마 고개 강동다리를 건너
평양의 연광정 부벽루를 구경하고
대동강 장림을 지내 송도로 들어가 만월대 관덕정
박연폭포를 구경하고 임진강을 시각에 건너
삼각산에 올라 앉아 지세를 살펴보니
청룡의 대원맥이 중령으로 흘리져
금화 금성 분개하고 춘당영춘이 휘돌아
도봉 망월대 솟아있고
삼각산이 생겼구나 문물은 빈빈하고
풍속이 희희하여 만만세지금탕이라
경상도는 함양이오 전라도는 운봉이라
운봉 함양 두얼품에 흥보가 사는지라
저 제비 거동을 보아
박씨를 입에 물고 거중에 둥둥 높이 떠
남대문 밖 썩 내달 칠패 팔패 배다리 지내
애고개를 얼른 넘어 동작강 월강
승방을 지나여 남태령 고개 넘어
두 쭉지를 제끼고 거중에 둥둥 높이 떠
흥보 집으로 당도 안으로 훨훨 날아들어
들보위에 올라 앉아 제비말로 운다
지지지지 주지주지 거지연지 우지배
낙지각지 절지연지 운지덕지 수리차로
함지포지 우지배요 삐르르르르르
흥보가 보고서 좋아라 반갑다 내 제비
어디를 갔다가 이제 와
당상당하 비거비래 편편히 노는 거동
무엇을 같다고 이르랴
북해 흑룡이 여의주를 물고 채운간으로 넘논 듯
단산 봉황이 죽실을 물고 오동 속으로 넘논 둣
지곡 청학이 난초를 물고 송백간으로 넘노난 듯
안으로 훨훨 날아들 제 흥보가 보고 괴이여겨
찬찬히 살펴보니 절골양각이 완연
오색당사로 감은 흔적이 아리롱 아리롱 하니
어찌 아니가 내 제비
저 제비 거동을 보아
보은표 박씨를 입에다 물고 이리 저리 거닐다가
흥보 양주 앉은 앞에 따르르르르르르르르
던져놓고 백운간으로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