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가면 말야
이 길로 고향에 가면. 말야
어릴 때 문지방에서 키재던 눈금이
지금쯤은 빨랫 줄 처럼 늘어져
바지랑대로 받친 걸 볼 수 있겠지
근데 난 오늘
달리는 기차에서
허리 굽히며 다가오는 옥수수 이삭을
바라보며
어린 날의 풀벌레를 날려 보내며
부산에 가고 있는데
손바닥에 그린 고향의 논둑길은
땀에 지워지고
참외 따 먹던
혹부리 영감네 원두막이 언뜻 사라지면서
바다의 소금기 먹은 짠 햇볕만이
마치 부서진 유리 조각을 밟고 오는가
아리어 오는 눈에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한 줄기
차창에 부우연 내 얼굴이 떠오르는데
그 얼굴 위로 어머니 얼굴이 겹쳐 오는데
그 어머니의 얼굴에서 빗방울이 흘러내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