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중의 한 시간 깨어 일어나
어둠 속에 잠 들은 이 세상을 보라
폭풍우 지난 해변처럼 밀려오는 정적만이
피곤한 이 도회지를 감싸안고 재우는구나
높고 낮은 빌딩 사이, 그 아래 골목마다
어깨끼리 부딪치며 분주히 오가던 그 많은 사람들
눈을 감으면 되살아나는 그네들의 외침 소리
이제 모두 떠나가고 어둠만이 서성대는데
아, 이 밤과 새벽사이, 지나가는 시간 사이
파란 가로등만 외로이 졸고
차가운 그 불빛 아래 스쳐가는 밤 바람만이
한낮의 호사를 얘기하는데
새벽 거리에 딩구는 저 많은 쓰레기처럼
이 한밤의 얘기들도 새 아침엔 치워지리라
아, 이 밤과 새벽사이, 스쳐가는 밤 바람 사이
흐르는 시간은 멈추지 않고
졸고 있는 가로등 그늘에 비켜 앉은 어둠만이
한낮의 허위를 얘기하는데
저 먼 변두리 하늘위로 새벽별이 빛나고
흔들리는 그 별빛 사이로
새 아침은 또 깨고 있구나
(1983년 9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