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곡인 피리 콰르텟은 이름에서부터 이질적 문화를 서로 연결시키려는 김진희의 감수성이 느껴진다. 1500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식 오보격인 피리의 명수 셋(정재국,박종설,양명석)과 더블리드 악기의 명인 조셉 첼리(오보/잉글리쉬 혼)가 모였다. 멀티포닉한 뒤틀린 비음을 다양하게 사용한 첼리의 정묘하고도 민첩한 연주는 파리에서 여과되어 나오는 배음과 독특한 분위기에 멋지게 접근하고 있다. 김진희는 첼리가 피리의 대가인 인간문화재 정재국에게 시사받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이곡의 영감을 얻었다. 곡은 전반적으로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느린 속도로 진행되는데 그속엔 긴장이 버티고 있으며 음과 음조직의 패러다임은 확장되기도 변화하기도 한다. 영기서린 햇살이 내리쬐고 부드러운 바람이 산등성이를 따라 불어대는 듯도 하다. 이 작품속에는 모튼 펠드먼의 음악처럼 심사숙고한 계획하에 시간관념을 바꾸는 제스쳐가 담겨있을 뿐 아니라 한국의 전통 궁중음악적인 요소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 우아한 이중문화적 작품 피리 콰르텟에서 김진희는 시김새의 개념을 의기양양하게 논리화한다.
-조셉 우다드(로스엔젤레스 타임즈 음악평론가의 글 중에서…)
김진희 거문고 세계일주 앨범리뷰
거문고는 한국의 전통악기 중 가장 대표적인 발현악기로 5피트 정도의 길이의 오동나무 소리판 위에 16개의 괘가 놓여있고 그 위로 명주실을 꼬아 만든 여섯가락의 현을 매어놓은 형태이다. 1,5,6번 현은 움직일 수 있는 안족(기러기발) 위에 놓인 개방현이며 나머지 3현은 16개의 괘위에 놓여 있다. 대나무 술대로 줄을 쳐서 연주한다. 4세기경 고구려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며 처음에는 주로 궁중음악에서 사용되다 조선말기부터 산조 등 민속음악에서도 두루 연주되기 시작했다. 이 앨범은 거문고와 다른 여러 나라의 악기와의 절묘한 하모니를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