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누가 시간이 약이라 했던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 했던가
시간이란 지우개로 아무리 지워봐도
지워지지 않는 우리 사랑은 볼펜으로 그렸나
상처받은 기억 때문에 몇 년째 난 잠이 오지 않아
만약 고통을 준 사람이 죄인이라면 넌 삼청교육대행
사랑이 책임이 아니라 법이라면 내 웃음을
향상과 보장시켜줬으려나 근데 항상 모자랐지
덕분에 앙상해지고 난 온몸이 다 고장
다 가지고 싶었어 니 영혼과 육신
다 알아 그건 지나친 욕심
다정한 넌 나 말고 역시
다른 남자들 눈에도 여신
*너는 사랑하기보다
그저 사랑받고만 싶었나 보다
양파보다 알 수 없어 니 속을
왜 사랑을 눈물로 보답해
너는 사랑하기보다
그저 사랑받고만 싶었나 보다
태양보다 눈 부신 너를 바라보다
눈먼 내가 바보다*
기억나 그때 일이
어딜 또 기어나가니 내 신데렐라여
늦었어 지금 밤이 열두 신데 내일 나가면 안 되냐고
그렇게 말렸었는데 너는 듣지 않았지
나는 다 알아 니가 누굴 만나는지
나는 다 알아 니가 뭘 하는지
아름다운 널 안은 다음부터 내가 앓는다
너무나 가슴 아파
우유빛깔의 니가 하는 새빨간 거짓말
퍼렇게 멍이 든 내 가슴을 봐
이 색 저 색 다 섞으니 결국은 검정색
그래도 넌 모른 척 정색
내 눈앞이 까매 내 머릿속이 까매
내 가슴속이 아주 그냥 시꺼메
오 난 니 인생의 남우주연상 받고 싶었지만
기껏해야 까메오
*
그래 우리 사랑도 어차피 중고품
남이 쓰다 버린 걸 아껴 준거뿐
허나 입에 거품 물고 변명 하지 마
니 눈엔 이미 바람 핀 증거뿐
그 예쁜 입술로 뽀뽀하던 내 볼엔
눈물이 이젠 폭포처럼 쏟아져
니 보폭에 맞춰 걷던 게 버릇 되 혼자서 아장아장 걸어
소유욕이 문젠가
난 서울역에 누워 계신 분처럼 춥고 외로워
내 소유욕이 문젠가
아무 소용없는 유리조각 같은 상념
눈물 흘린 지 삼 년째
근데 너랑 웃던 건 엊그제
처럼 느껴져 잊지 못한 채
어제처럼 또 밤을 새
그래 다 내가 못난 죄
사진 편지를 전부 다 째
비워도 나오는 너의 잔재
어제처럼 또 밤을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