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 산머리 해 둥실 뜬다
얼었던 들판은 눈 녹는다
에헤야 봄이 왔네
청풍명월 씨 뿌리세
친정 갔던 며느리
새 손주 안고 산넘어 오네
종다리 날고 개구락지 뛴다
버들강아지 물 막는 소리에
강남에 갔던 제비 돌아온다
애 송아지 펄떡 뛰겠다
선 머슴 꼴지게 픽 쓰러진다
비탈 산 겉보리 비 맞는다
개똥참외 내던지며 물장구치니
얘들아
호랑이 장가가는 날
양지 마당에 비가 내리네
소낙비 가고 무지개 뜬다
땅개비 날고 왕매미 운다
모닥불 옆에 멍석 깔고 누워
밤 하늘 보니 참 별도 많구나
속태우던 천둥 비바람
맑은 하늘로 사라지고
가지마다 줄기마다
주렁주렁 풍년일세
어허라 청풍명월에
어허라 좋다 풍년이로세
앞에서는 따고 뒤에서는 베고
남정네는 지고 아냑네는 이고
둑넘어간다 물 건너간다
햇강아지 쫄랑 따라간다
푸르던 잎새는 다 떨어지고
빈들에 뿌옇게 눈이오네
사랑방에 동네 사람
윷놀이가 흥이로세
잡아라 개찐 뛰어라
어머나 걸찐 막동산이다
반달연이 떴다 꼬박연도 떳다
썰매타는 아이 엉덩방아 찧네
팽이가 돈다 뱅글뱅글 돈다
한 겨울 해는 참 짧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