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점점 깊어가는 이 가을날
거센 불길에 활활 휩싸인 듯 무섭도록
붉디붉게 타들어가는 저 단풍잎들을 좀 보시라
그댈 향한 연정으로 뜨겁게 뜨겁게 끓어오르다가
결국 폭발하여 화산재처럼 세상을 온통 뒤덮어버린
내 심장의 혈흔에 젖은 탓임을 그댄 아는가
마음 싸아해 지는 이 가을날
저 붉디붉은 단풍 낙엽들은
갈바람에 그댈 향해 띄워 보내려는
내 애절한 러브레터임을 그댄 눈치나 채실까
붉디붉은 저 단풍잎들은
행여 그대 지날지도 모를 길목들을 지키고 서서
그대의 눈길이나 한번 끌어보자는
내 애모의 러브레터임을 그댄 짐작이나 하실까
그대, 눈앞의 붉은 잎새 아무거든 좋으니
하나만이라도 따서 살펴보시라
귀에 대고 한 번쯤은 들어도 보시라
아무리 잘 쓴 필적보다도
그 어떤 음향 미디어보다도 생생하게
전해지는 내 마음을 쉬 감지할 수 있을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