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버스에서 기타를 메고 가는 나를 보았지.
그냥 머리만 조금 길 뿐 철 지난 옷차림,
전혀 뮤지션처럼 보이지 않는 가방을 메고.
약속 시간에 맞춰 허둥지둥 집을 빠져나온 듯
관심 없는 일도 해야 하는 또 다른 일주일
가사들이 적힌 수첩이라도 없었다면
21세기에 실려 가는 수많은 사람의 한 사람.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
나는 계속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르지.
세상에 노래가 그렇게 많은데도
나의 짧은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르지.
인생에는 가끔 어떤 순간에
시간이 온통 멈춰버린 듯,
세상의 문이 어딘가로 열린 듯
모든 게 선명해지지.
노래는 부풀어 오르고,
잊혀진 것들이 살짝 날아오르지.
난 버스에서 기타를 멘 나의 옆자리에 앉았지.
뭔가 다른 생각에 깊이 잠겨있는지
지난 겨울사이 흥얼거림을 잊었는지
아주 많은 듯한 사람들 속을 가는 작은 한 사람.
작은 한 사람.
작은 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