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려오면
따뜻한 난로보다
니가 필요했는지 몰라
포근한 눈길을
나란히 걸으며
우린 참 많은 얘기를
나누곤 했지
요즘 나온 음악
보고 싶었던 영화
서로 다른 취향의 커피냄새
가보고 싶다던
제주도 푸른 바다
여행계획까지 마냥
들떴던 우리
눈이 내려오면
흰 눈이 내려오면
멍하니 난 하늘만 보게 돼
하나하나 떨어질 때마다
부딪혀오는 너의 얼굴
니가 올 것만 같아
그 어딘가에서 날 부르며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늦어서 미안해라고 내게
하나하나 떨어질 때마다
눈앞이 흐려져 갈 때마다
내 가슴속 깊이
파고드는 우리 슬픈 약속
헛된 바램만
니가 올 것만 같아
그 어딘가에서
날 부르며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눈이 내린다고
이런 밤 아름다운 풍경
남산에 올라서 널 부르면
거짓말처럼
저기 멀리에서
나를 기다려
줄 것만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