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繡)의 비밀
- 한 용운
시
나는 당신의 옷을 다 지어 놓았습니다.
심의(深衣)도 짓고, 포도도 짓고, 자리옷도 지었습니다.
짓지 아니한 것은
작은 주머니에 수놓는 것 뿐입니다.
그 주머니는 나의 손때가 많이 묻었습니다.
짓다가 놓아두고 짓다가 놓아두고 한 까닭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바느질
솜씨가 없는 줄로 알지마는,
그러한 비밀은 나밖에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나의 마음이 아프고 쓰런 때에는 주머니에
수를 놓으려면,
나의 마음은 수놓는 금실을 따라서
바늘구멍으로 들어가고,
주머니 속에서 맑은 노래가 나와서
나의 마음이 됩니다.
그리고 아직 이 세상에는,
그 주머니에 넣을 만한 무슨 보물이 없습니다.
이 작은 주머니는 짓기 싫어서 짓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짓고 싶어서 다 짓지 않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