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

라디오 939

음 뭔가 변했어
익숙해진 넥타이
또 거울 속 난 그대로인데
음 뭔가 변했어
아침을 알리던 알람소리
한적하던 출근 버스
음 뭔가 변했어
실수로 안 끄고 간 노트북
전원마저 그대로인데
음 뭔가 변했어
음 뭔가 변했어
이 기분은 아마
우연히 사무실에 들어온 새를 멀리
날려보내 줬을 때 기분인데 아마
어미새는 멀리 가버리고
어린새만 남아
서럽게 울어 먹이를 그릇에 담아
줬었지 잠깐이나마
난 아마 어린새의 아빠가 되는건
아닌가 했지만
금방 어미새가 와 데려갔지
그나저나 오늘 퇴근길은
꽤나 밀릴 것 같아
내 하루는 만원 정도의
베팅을 받아왔어
파는 건수에 따라
수당을 받던 영업사원
컵라면이 내 메인디쉬 양치를 한 뒤
얼음같은 물을 입속에서
뎁히는게 내 여유지
청춘은 희꺼머리 죽죽한 색
조금 어둡지만
스무살의 환상 드라마 같은 삶은
기대해 본 적도 없어서 괜찮아
그 빌어먹을 여유 멀리서 봤다면
웃어넘길 것 들이 급해 보이더군
눈 앞에 돌부리만 조심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고 텅 빈
소리만 나는 가슴만 남아
물론 잠깐 단맛도 봤지만
이젠 내키지가 않아
누군간 인생은 아름답다 말하고
그 물감은 고통인걸 알아버렸으니
여기 쏟아 버릴 바에 난 차라리
여기 쏟아 버릴 바에 난 차라리
다 각자의 길이 있는게 아닐까
당연히 그 자리는
알아서 만들어야 하겠지만
난 심장이 뛰는곳을 향해
가려해 이제서야
텅빈 주머니에 든거라곤 고작
눈에 안보이는 뜨거운 것과
어두운 표정짓는 흔들리는 뭔가
이제 떠나는 내가 멋있다 말하지만
사늘게 뜬 눈들에 난 해줄 말이 없다
이리가나 저리가나
이리가나 저리가나
포장도로만이 살길이라 하는
당신을 보니까
겁 많던 내가 생각나서
나 해줄 말이 없다
힘 만 빼던 1년의 공회전
모닝은 쳇바퀴 돌던 날들에
헨들을 틀어
이리가나 저리가나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기전엔
안 일어나 흘러갈 끝이 같다면 난 차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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