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이 된 오누이 2부

레몽
앨범 : (소리동화 레몽)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우리 어머니 목소리가 아니에요. 우리 어머니 목소리는 쇳소리가 나지 않아요.”
오누이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대답했어.
“찬바람을 쐬고 와서 목이 쉬어 그렇단다.”
“그럼 손을 내밀어 보세요.”
호랑이는 문구멍으로 손을 쑥 내밀었어.
“우리 어머니 손이 아니에요. 우리 어머니 손은 이렇게 꺼끌꺼끌 하지 않아요.”
“추운데서 떡방아를 찧느라 떡 반죽이 말라붙어서 그래 .”
오누이가 문구멍을 통해 밖을 보니 시뻘건 눈이 보이는 거야.
“우리 어머니 눈이 아니에요. 우리 어머니는 눈이 빨갛지 않아요.”
“음식 하느라 숯 연기가 눈에 들어가서 그렇단다. 어서 문 열어라.”
오누이는 그 말에 깜빡 속아서 문을 열어 주었어. 호랑이는 성큼 방으로 들어왔지.
“흐흐흐, 엄마가 가서 밥 해 올게.”
호랑이는 수건을 푹 눌러쓰고 부엌으로 들어갔단다. 거추장스런 옷을 벗어놓고 나서 오누이를 잡아먹을 속셈이었지. 그런데, 부엌으로 가는 호랑이의 치맛자락 사이로 호랑이 꼬리가 삐죽 보이는 거야. 오누이는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악’ 소리가 나는 걸 간신히 참았어.
“저건 우리 어머니가 아니야. 도망가자!”
오누이는 후다닥 방에서 뛰어 나와 우물가 나무 위로 올라갔어. 호랑이가 방에 들어가 보니 아이들이 안 보이는 거야.
“이 녀석들이 어디 갔지?”
호랑이는 방을 뒤져보고 마루를 살펴보고 마당 구석구석 찾아다녔어. 어디에도 안 보이자 뒤뜰로 달렸나갔지. 우물 옆을 지나려는데 그 속에 달빛에 비친 오누이가 보이는 거야.
“얘들아, 어서 나오너라. 어서 나와. 맛있는 밥을 해 줄게.”
호랑이는 오누이가 우물 속에 있는 줄 알고 우물 안을 들여다보며 말하는 거야.
“깔깔깔, 정말 바보잖아?”
오누이가 나무 위에서 이 모습을 보자니 정말 우스운 거야. 호랑이는 웃음소리를 듣고 나무 위를 올려다보았지.
“이 녀석들 거기 있었구나!”
호랑이는 당장 나무 위로 기어오르려고 했어.
“어이쿠! 쿵!”
그런데 자꾸만 미끄러져 쿵 엉덩방아를 찧는 거야. 호랑이는 화를 꾹 참으며 물었어.
“얘들아, 거기에 어떻게 올라갔니?”
오빠가 얼른 대답했어.
“손이랑 발에 참기름을 듬뿍 바르고 올라왔지.”
호랑이는 당장 부엌으로 달려가 앞발, 뒷발에 참기름을 잔뜩 발랐어.
“어이쿠! 쿵! 이게 왜 이래?”
호랑이가 나무위로 기어오르려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쭈르르 미끄러지기만 할 뿐 도무지 올라가지지가 않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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