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 19일.
같은 수업을 듣는 후배들과
'기억속에서 날아오르다'라는 이름의
한국민주화운동사료 전국순회전시회에 다녀오게 되었다.
나 초등학교 다닐적에 XXX씨가 대통령을 해먹던 그 시절에
대학생이었던 나의 삼촌은 제대할 때 신고온 군화를 신고 데모를 했었네.
두세시쯤에 학교에서 집에 돌아와 골목에서 친구들과 놀고있을 때
시내에서 터진 최루탄에 눈이 맵고 피부가 따가와
수돗물로 눈을 헹구고 방에 들어와야만 했었네.
삼촌과 꽤 나이차이가 많이 나시는 우리 아버지께서는
삼촌에게 앞장서서 데모하지만 말아달라는
걱정섞인 격려의 말씀을 하셨던 것 같네.
# 무자비하게 시민들을 짓밟았던 전투화
복종해야만 했던 군인들의 머리위엔 XXX
비리와 부정부패로 수놓인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건국한...
물통에 물받아 63빌딩 모형을 만들어 서울이 물바다 된다던 구라가
순진한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었네. 평화의 댐 건설 명목으로
내 코묻은 돈 500원을 빼았아간
그 일도 나에겐 그저 저 안에 남아있는 잘모르는 기억일 뿐이었는데..
그저 커나가며 XXX은 개새끼라는 생각이 지배했을 뿐..
그저 그것은 나에게 기억일 뿐이었는데..
* 개소리 좀 하지말어 당신 통장에 삼십만원?
앨범이 적자난 내 통장에도 백삼십만원.
골프는 어찌치나 돈없으면 당신의 옛 친구들과 자치기나..
국민들을 재밌게 해주려고 한 코미디?
재밌게 웃었지만 그건 개소리지.
목숨이 없기에 현실에선 숨쉴수 없는 죽은 비둘기와
아직 숨을 쉬고 있는..
흑백사진들..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함성이 들려.
동영상으로 재생되는 자료보다도
더욱 슬프고 아프게 다가오는 흑백사진과 주석.
총, 비둘기의 날개짓, 피흘리는 비둘기,
시체를 땅바닥에 질질 끌고 가는 군인들..
캐터필러의 굉음, 그리고 XXX의 얼굴...
*
난 근로자가 아니기에
나 그 시절의 아픔을 제대로 겪어보지않았기에
내가 느끼는 이 감정과 혼돈의 슬픔은 배부른 시건방짐일지도 모르겠네.
무지개빛 세상을 꿈꾸며 자유와 민주화를 부르짖었던
그들이 이제 흑백필름과 사진으로 남아있지만
그들이 있기에 나 이정도의 무지개빛 세상에서 날고있는 것이리라.
#
*
내눈에 살짝 고인 이 눈물이 의미하듯 감사해.
우리는 죽음과 자유를 바꾼 이들의 영혼에
부끄럽지 않은 세상을 만들어 가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