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에게
-정순영 시
누군가의 지문이 박혀있는 작은 유리창 속에.
어느 기막히게 외로운 섬처럼
나는 턱을 고이고 비 속에서 나에게 보낸 너의 입김을
망각하는 중이다.
유리창에 와서 부딧히는 별빛이 흘리는 눈물
뼈마디를 저미는 아픔을 나는 사랑한다.
모든 할 말은 무의미의 새가 되어 날아간다.
어쩌다가 나의 새가 너의 까아만 발톱에 끼어서도
울지 않는지 나는 모른다.
아무튼
사랑하는 마음이야 한번 꺽이면
아픈게 아닌가.
꺽이운 마음은
한없이 무거운 눈을 껌뻑이며
미소한다.
감사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슬퍼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사랑을 꽃으로 치면
마음 턱 놓고 무데기로 꺾어서
휑한 나의 방을 장식해도
될법도 한데 밀물처럼 적셔오는
아픔을 어찌 하는가.
나는 이제 그만
너의 입술을 망각하는 중이다.
아니. 아니. 너를 향해 목숨을 사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