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모: (아니리) 여보아라, 향단아. 한양 너의 서방님이 오셨다.
향 단: (잦은 중몰이) 서방님, 향단이 문안이요. 대감마마 행차후에 기체 안녕 하옵시며, 서방님도 먼먼길에 노독이나 없이 오시니까? 살려주오, 살려주오, 옥중 아씨를 살려주오.
도 창: (중몰이) 초마 자락 끌어다가 눈물을 씻치면서 훌쩍훌쩍 울음을 우니, 어사또 기가막혀
어사또: (중몰이) 오냐 향단아 우지마라. 내가 아무리 이 모냥이 되았은들 설마 너으 아씨 죽는 꼴 보겠느냐? 우지를 말라면 우지마라. 충비로다, 충비로구나. 내 향단이 충비로다.
어사또: (아니리) 얘 향단아, 시장허다 밥 있거든 한술 가져 오너라.
춘향모: (아니리) 얘 향단아, 우선 촛불 하나 가지고 오너라
도 창: (아니리) 촛불을 들고 어사또 얼굴을 물구러미 바라보더니,
도 창: (늦은 중몰이) 들었던 촛불을 내던지고,
춘향모: (늦은 중몰이) 죽었구나, 죽었구나. 내 딸 춘향이는 영 죽었네. 못 믿겄네, 얼굴을 보니 못 믿겄네. 책방으 계실때난 보고 보고 또 보아도 귀골로만 생겼더니, 걸인 모냥 웬일이여? 전라 감사나 암행어사가 양단간으 되여 오라 주야 축수로 빌었더니 팔도 상걸인이 되여 왔네.
도 창: (중몰이) 후원으로 우루루루루루 들어 가더니 정화수 그릇을 와그르르르 탕탕 부딪치니 시내 강변이 다 되였네. 그 자리에 퍽썩 주저앉어 퍼버리고 울음을 운다.
어사또: (아니리) 여보, 장모. 울지만 말고 시장허니 밥 있거든 한술 주소
춘향모: (아니리) 자네 줄 밥 없네
향 단: (잦은 중몰이) 여보 마나님, 그리 마오. 아씨님 정곡을 아니 잊고 불원천리 찾어오신 정곡 대면박대는 못허리다.
도 창: (중몰이) 부엌으로 들어가서 먹든 밥, 채김치, 냉수 떠받쳐 들고.
향 단: (중몰이) 여보, 서방님. 더운 진지 지을 동안으 우선 요기나 허옵소서.
도 창: (아니리) 어사또 밥을 먹되 미움채를 주느라고 휘몰이로 달아놓고 밥을 먹겄다
도 창: (휘몰이) 먼 산 호랭이 지리산 넘듯, 두꺼비 파리 치듯, 중 목탁 치듯,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고수 북 치듯, 후딱 후딱,
어사또: (아니리) 어, 잘 먹었다
춘향모: (아니리) 잡것, 밥 많이 빌어 먹었다. 자네 밥 먹었는가? 밥 총(총) 놓제
어사또: (아니리) 아까는 시장하야 내 어쩐 줄 모르겄더니 이제 오장 단속을 떡 하고 나니 춘향 생각이 나네
춘향모: (아니리) 그러겄네. 그러나 저러니 파루나 치거든 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