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 지현이라고 했다
손을 담그면 손끝이 시려 올 것만 같은
가을의 하늘아래서 우리는 만났다
나는 너의 애달픈 눈빛을 잊을수가 없다
고개를 숙이면 너의 영혼마저 쏟아져
버릴 것 같았다 지현아 너는 그때 스물
하나의 꽃다운 나이 였다 서른 여섯이
되도록 내가 한일은 무엇일까
엘비스 프레슬리를 좋아했고 두 아이의
아버지였고 목숨을 나눌 친구가 있고 술잔에
담긴 시가 있고 그리고 나의 전부를 사랑해준
나의 아내 지현이가 있구나
이제 죽음은 고통이 아니라 나의 친구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것으로부터 나를 데려가야 한다는
것을 너는 알고 있다 그러기에 창밖에서 들러
오는 발소리가 죽음인지 내 아내의 인내스런
발소리인지 이제는 구별조차 할 수 없구나
너의 이름은 지현이라고 했다
나는 너의 남편이라기 보다는 변덕스러운
연인에 불과했다 나는 알고 있다 내 마지막
순간을 그리고 나를 지켜주는 이가 지현이며
너의 사랑인 것을
이제 모든것은 끝났다 음악도 끝났고 술병은
비었고 친구들도 떠났다
지현아! 너를 남겨두구 이제는 내가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