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키피쉬
앨범 : 하루

이곳은 키피쉬의 법정. 본인은 진실만을 말할 것을 선서
여러분은 여기 이 자리에 서서. 이 모든 재판을 경청
(첫 번째 판!)
어설픈 MC들에 대한 재판
원고는 키피쉬. 배심원은 바로 당신
(수사 개시!)
우선 가사들을 압수
역시나 괘씸하게 생각 없이 막 쓴 것이 많군
바싹 말라버린 사상과 주제
이거만으로 벌써 올바른 지식의 방조죄
넌 뜻 모를 영어들로 혀를 굴렸지 계속
이건 고귀한 한글에 대한 명예훼손
이제 랩을 조사해 볼까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촌스러운 꼴값
힙플에 동정의 글 하나로 나비 효과를 바라지만
역시나 현실은 시궁창
목소리는 기어, 운율의 문맥은 어지러,
집에 박혀 구린 랩을 쉽게 저질러
감성 예민한 청소년들을 덮치니,
이건 말야 그 순결한 귀에 주거침입
노력 없이 뱉은 소리는 MC의 직무유기,
성량 딸린 목이나 주무르길
의식 없는 말과 행동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맹독
현시대를 깊게 볼 줄 모르는 좁은 시야,
거짓을 보고도 모른 척 꽉 다문 입술은 진실 은닉죄
애송이들 이제 나태함에 수갑을 채워
그만 들이대
판결문>
피고는 석연치 않은 랩으로 리스너들의 귀를 기망하였고,
노력 없이 무리에 섞여
묻어가려는 태도를 버렸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는 고찰 없는 가사와 시각으로
MC로서의 책임을 유기하였고,
뉘우칠 기미 없이,
죄질이 극히 불량하기에 엄벌에 처하는 바이다.
(두 번째판!)
철없는 리스너에 대한 재판
원고는 키피쉬. 배심원은 바로 당신
(수사 개시!)
개념 없는 손가락으로 자판을 두드리며
너무도 쉽게 불을 질러
뒷감당 못하며 싸지른 방화범
덜 자라난 머리는 무대포의 기름
이름을 가리고 두 눈에는 안대를 두르지(uh)
본인 스스로 지식인이라 부르짖어
음악을 듣는 척도가 없지
넌 척보면 알아. 두 귀에 거저 담은 음악은 절도
정도를 지나친 비난과 인격 모욕은
리스너란 이름의 직권 남용
앞뒤 없는 쌍욕은 자기 얼굴에 침 뱉기니
경범죄 중에 노상방뇨
좁은 관용, 겉절이 같은 얕은 철학들에
필요한건 숙성 발효
쓸데없는 공식 안에 힙합을 감금,
신인에겐 듣보잡이라며 공갈교사
공과 사를 아직 분별 못해
음악이 생명인 사람을 연쇄 교살
논란이 커지면 글을 삭제. 이건 증거인멸
애초에 무책임하게 산 죄
아집에 지배당해 질서를 파손
이제 그만 씻어버려 비겁한 손
판결문>
피고는 철없는 행동으로 음악가들의 노력을 기망하였고,
옳은 비평이란 무엇인가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졌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는 피해자들이 입은 극심한 고통에는
무책임으로 일관하였고,
뉘우칠 기미 없이,
죄질이 극히 불량하기에 엄벌에 처하는 바이다.
경청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이것으로 오늘의 재판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피고는 깊은 자숙의 시간을 갖길 바라며
올바른 소리를 위해 힘쓸 것을 당부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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