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데려다 주던 길 느린 발걸음
공기마저 무겁지 분위긴 살얼음
헤어짐이 다가오는 느낌 왔거든
함께한 길 여기까지란걸 알거든
그저 걷기만 해 한참을 말없이
흐르는 정적 속에 너와 난 갇혔지
시간은 멈춘 듯이 느리게 가니까
다가온 너의 집 앞에선 끝이 나니까
안녕이라 말하고 너는 보였지 눈물
안녕이라 말하고 나는 보였지 등을
이제 볼 순 없겠지 널 부르던 창문을
볼 수 없겠지 너의 집 앞 가로 등을
돌아가는 골목 그 길에 가득채운
너와 나의 대화 떠들던 말들이 또
숨진 것처럼 고요, 여백만 가득채운
점 점 점들만 남아... 말 줄임표
너를 게워내는 중
너를 베어내는 중
너를 지워내는 중
너를 비워내는 중
일어나면 혹시나 할 지 몰라
습관처럼 했었잖아 매일 아침 연락
밤이되면 역시나 할 지 몰라
실수라도 할 수 없게 폰에 걸어 둔 Lock
함께한 추억은 날아온 새떼들 처럼
계절이 지나면 사라지거든
함께한 시간은 갓 나온 생맥주처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거품
같이 찍은 사진들을 모두 삭제
널 지우려고 해 조금은 청숭맞게
틀어 놓은 BGM은 이승기의 삭제
널 비우려고 해 깔끔히 감쪽 같게
벗들 불러 널 잊을 수 있음 부를 듯
커튼 둘러 널 숨길 수 있음 숨길 듯
버튼 눌러 널 지울 수 있음 누를 듯
컷트 편집해 너 나온 씬들 DELETE
너를 게워내는 중
너를 베어내는 중
너를 지워내는 중
너를 비워내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