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지 않는 시간 속에 내가 있었어.
오랫동안 하늘은 누랬고 나무는 헐벗었지.
난 언제부턴가 길을 벗어나 있었어.
길이 아닌 곳에서 헤매고 다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지만
어떻게 길을 찾아야 할지 몰랐어.
내 길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길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원망도 했어.
나를 제치고 가는 사람들은 뛰기도 했어.
나 혼자만 길 밖에서 서성거렸어.
무심코 하늘을 보다가 깜짝 놀랐어.
하얀 목련이 수북하게 피어 있었지.
오지 않는 봄을 한탄할 때도
오래된 나무는 새 잎을 내고 있었지.
길이 어디 있는 거냐고 울먹일 때도
봄은 길 위로 내게 다가오고 있었지.
나는 언제나 길 위에 있었어.
서성일 뿐이지 길을 벗어나진 않았지.
다른 길에 잠시 멈춰서 있었을 뿐이지
길이 아닌 곳에 있던 적은 없었지.
내가 있는 길 위에 하얀 목련이 피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