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냥젖으로 심청이 키우는데

김수연

(아니리)
그 날 밤을 새 노라니 어린아이는 기진허고 어둔 눈은 더욱 침침하여 날 새기를 기다릴 제
(중중모리)
우물가 두레박 소리 얼른 듣고 나갈 적에 한 품에 아이를 안고 한 손에 지팽이를 흩어 짚고 더듬더듬 더듬더듬 우물가 찾어 가서 “여보시오 부인님네 이 애 젖 좀 먹여 주오 초칠 안에 어미 잃고 기허허여 죽게 되니 이 애 젖 좀 먹여주오” 우물가에 오신 부인 철석인들 아니 주며 도척인들 아니 주랴 젖을 많이 먹여주며 “여보시오 봉사님 이 집에도 아이가 있고 저 집에도 아이가 있으니 어려히 생각 말고 자주 자주 다니시면 내 자식 못 먹인들 차마 그 애를 굶기리까” 심봉사 좋아라고 “허허 고맙소 수복강녕 하옵소서” 이 집 저 집을 다닐 적에 삼배길쌈 허노라고 “흐히 히히” 웃음소리 얼른 듣고 들어가 “여보시오 부인님네 인사는 아니오나 이 애 젖 좀 먹여주오” 오뉴월 뙤약볕에 김 매는 부인들께 찾어가서 “이 애 젖 좀 먹여주오” 백석청탄 시냇가에 빨래하는 부인들께 더듬더듬 찾어가서 “이 애 젖 좀 먹여주오” 젖 없는 부인들은 돈 돈식 채여 주고 돈 없는 부인들은 쌀 되씩 떠 주며 “맘 쌀이나 허여주오” 심봉사 좋아라고 “어허 고맙소 수복강녕 하옵소서” 젖을 많이 먹여 안고 집으로 돌아올 제 언덕 밑에 수풀에 앉어 아이를 어룬다 “아이고 내 딸 배 부르다 배가 뺑뺑하구나 이 덕이 뉘 덕이냐 동네 부인의 덕이라 어려서 고생을 하면 부귀다남을 허는지라 너도 어서어서 자라나서 너의 모친 닮아 현철하고 얌전하여 애비 귀염을 보이여라 둥둥 내 딸이야 어허 둥둥 내 딸이야 금을 준들 너를 사며 옥 준들 너를 사랴 백미 닷섬에 뉘 하나 열 소경 한 막대로구나 둥둥 내 딸이야 언덕 밑에 귀남이 아니냐 슬슬 기어라 어허 둥둥 내 딸이야 둥둥둥 오호 둥둥 내 딸이야”
(아니리)
아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와 보단 덮어 뉘어놓고 동냥 차로 나가는데
(단중모리)
삼배 전대 외동지어 왼 어깨 들어 매고 동냥차로 나간다 여름이면 보리동냥 가을이면 나락동냥 어린 아이 맘 죽차로 쌀 얻고 감을 사 허유허유 돌아 올 제 그 대여 심청이난 하늘이 도움이라 일취월장 자라날 제 십여세가 되어가니 모친의 기제사를 아니 잊고 헐 줄 알고 부친의 공양사를 의법이 허여가니 무정세월이 이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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