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사 눈 뜨는데

김수연

(아니리)
이렇듯이 자탄을 하시다 외부상서 불러 분부하시되 “오늘도 오는 소경이 있거든 성명을 낱낱이 받아 올리되 황주 도화동 사는 심학규라 하는 이 있거들랑 별전으로 모셔드려라” 그 때에 심봉사는 안씨부인과 인연을 정한 후에 잠을 자고 일어나더니 수심이 가득 하였거늘 안씨 부인 물어 허는 말이 “무슨 근심이 있나이까” “간밤에 꿈을 꾸니 내가 불 속에 들어가 보이고 가죽을 베껴 북을 메어 보이고 나무 잎이 떨어져 뿌리를 덮어 보이니 그 아니 흉몽이요” 안씨 부인 듣고 해몽을 하는디
(창조)
“신재화 하니 희락할 꿈이요 개피작고 허니 큰 소리날 꿈이요 낙엽이 귀근 하니 자녀를 상봉이라 그 꿈 대단히 좋사오니 오늘 궐문 안에 들어가면 징험이 있오리다” “천부당 만부당한 소리 내게는 하나도 불관이요” 아침밥을 먹고 궐내에 들어가는디
(중중모리)
정원사령이 나온다 정원사령이 나온다 “각도 각읍 소경임네 오늘 맹인 잔치 망종이니 잔치 참례하옵소서” 골목 골목 다니면서 이렇타 외난 소리 원근 산천이 떠드렇게 들린다 “한 맹인도 빠짐없이 다 참례하옵소서”
(아니리)
그때여 수백명 봉사들이 궐문 안에 들어가 앉었을 적에 심봉사는 제일 말석 참여를 하였것다 봉사의 성명을 차례로 물어 갈 제 심봉사 앞에 당도하야 “이 봉사 성명 무엇이요?” “예 나는 심학규요” “심맹인 여기 계시다” 허더니 심봉사를 뫼시고 별궁으로 들어가니 심봉사는 일향 죄가 있난지라 “아니 어쩌려고 이러시오 허허 이 놈 용케 죽을 데 잘 찾어 들어 왔다” 내궁에 들어가니 그 때 심황후는 언간 용궁에 삼년이 되었고 심봉사는 딸 생각에 어찌 울고 세월을 보냈던지 더욱 백수 되었구나 심황후 물으시되 “거주 성명이 무엇이며 처자 있는가를 물어 보아라” 심봉사가 처자 말을 듣더니 먼 눈에 눈물이 뚝뚝뚝 떨어지며
(중모리)
“예 예 아뢰리다 예 소맹이 아뢰리다 소맹이 사옵기는 황주 도화동이 고토옵고 성명은 심학규요 을축년 삼월달에 산후 달로 상처하고 어미 잃은 딸자식을 강보에 싸서 안고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동냥젖 얻어 먹여 겨우 겨우 길러 내여 십오세가 되었으되 이름은 심청이요 효성이 출전하야 그 애가 밥을 빌어 근근도생 지낼 적에 우연한 중이 찾어와서 공양미 삼백석을 몽운사로 시주하면 소맹이 눈을 뜬다허니 효성있는 딸자식이 남경장사 선인들게 삼백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 제수로 죽은 지가 삼년이요 눈도 뜨지 못 하옵고 자식 팔아먹은 놈을 살려 두어 쓸데있오 당장에 목숨을 끊어주오”
(자진모리)
심황후 거동 봐라 이 말 지듯 말 듯 산호주렴 걷쳐 버리고 부친 앞으로 우루루루 “아이고 아버지” 심봉사 이 말 듣고 먼 눈을 휘번덕거리며 “예이 누가 날 더러 아버지라 하여 나는 아들도 없고 딸도 없오 아버지라니 누구여 무남독녀 외 딸 하나 물에 빠져 죽은 지가 우금 삼년인디 아버지라니 이거 웬 말이여”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아버지 눈을 떠서 어서 어서 나를 보옵소서 인당수 빠져 죽은 불효여시 심청이가 살아서 여기 왔소 아버지 눈을 떠서 어서 어서 저를 보옵소서” 심봉사 이 말을 듣고 먼 눈을 휘뻔덕 거리며 예이 “이것 웬 말이냐 내가 죽어 수국을 들어 왔느냐 내가 지금 꿈을 꾸느냐 이것이 참말이냐 죽고 없난 내 딸 심청 여기가 어디라고 살어 오다니 웬 말이냐 내 딸이면 어디 보자 아이고 갑갑 허여라 내가 눈이 있어야 보지 어디 내 딸 좀 보자” 두 눈을 끔적 끔적 꿈적 거리더니 두 눈을 번쩍 떳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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