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이가 인당수에 끌려가기 전에 부친과 이별하는 대목이다. 이동백은 슬하에 자식이 없었기 때문에 자식이 많았던 김창룡을 늘 부러워 했다 하며, 부녀 간의 애틋한 정이 담긴 심청가를 즐겨 불렀다. 이 음반에서, 상처하고 이제 무남독녀 마저 잃게 되는 심봉사의 처지를 이동백은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눈물겹게 그려내고 있다. ‘진양-중몰이-진양-으로 장단이 변화될 때마다 전개되는 심리 묘사가 뛰어나며, 이동백이 뛰어난 목청으로 이면에 맞게 구사하는 엇청은 아무도 흉내내지 못하리라 생각된다.
원반 : Victor KJ-1300-A(49025-A, XVE 1917)
심청부친이별가(上)
Victor KJ-1300-B(49025-B, XVE 1918)
심청부친이별가(下)
녹음 : 1928. 6. 4
(진양) 밤은 삼경이 자나고 은하수는 기울어졌다. 촛불을 돋우켜고, 잠든 부친 옆에 앉어 얼굴도 대어보고, 수족도 만져보며, “아이고 아버지 아버지 날 볼 날이 몇 밤이요. 제가 철이라고 안연후 밥빌기를 놓았더니만, 내일부터는 날마다 동네 걸인이 될 것이니 눈친들 오죽허며 욕인들 아니 할까. 무신 험한 팔자가 되야 생일 전에 모친 잃고, 근근히 자러 앞 못보는 부친 지성으로 자러 부친조차 이별이 되니 이런 팔자가 어디가 있느냐. 아이고 아이고 아버지, 돌아가신 우리 모친은 지하로 들어가고 나는 이제 죽거드며는 수궁으로 갈 것이요, 수궁에서 황천 가기가 몇 만리 된다더냐. 황천길 멀고 먼 디 묻고 물어 찾어간들 모친이 나를 어이 아랴. 내가 어찌 모친을 만날거나. 만일 모친을 이리 뵈올제, 아이고 이”
(중몰이) 이때여 심청이 이렇듯 통곡하며 한참 이리 자탄헐제, 천지가 사정이 없어 이윽고 원천대명 상에 ‘꼬끼요’ “닭아 우지 마라. 니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 죽는구나. 나 죽기는 섧잖어나, 의탁없는 우리 부친 워찌 두고 죽잖 말이냐.” 이리 통곡하며 문을 열고 나서니, 벌써 동이 트드니 기대래기 들어오며 무정헌 야단을 헌다. “심소제, 시 늦어 가잖나. 어서 가세.”
심청이 하릴없이 부친 전으 하직하고,
(진양) 사당을 하직하러 들어간다. 봉양재배허고 통곡을 헌다. “불승으 명보 삼는 불효 심청은 만득으로 하직이요. 아버지 눈을 띄우랴고 인당수에 모진 투밥이 되거니와, 소녀 향화는 윤일양 늑게까지 보고 가오리라.” 이렇듯 통곡으로 다시 못볼 뿐이로구나. 쉬대 끌러 무릎 끌고 저희 부친 앞으로 나가보니 은은히 안긴 모양 잠을 들어 몽중인듯. 세상에 났다가 이십 전에 죽으니 아이고 답답, 앞 못보는 이별 종천에 떠날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