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하에

친구


기나긴 밤이었거든, 압제의 밤이었거든
우금치 마루에 흐르던 소리없는 통곡이어든
불타는 녹두벌판에 새벽빛이 흔들린다 해도
굽이치는 저 강물위로 아침햇살 춤춘다 해도
나는 눈부시지 않아라.....

기나긴 밤이었거든, 죽음의 밤이었거든
저 사월 하늘에 출렁이던 피에 물던 깃발이어든
목메인 그 함성 소리 고요히 어둠 깊이 잠들고
바람 부는 묘지 위에 취한 깃발만 나부껴
나는 노여워 우노라......
폭정의 폭정의 세월, 참혹한 세월에
살아 이 한몸 썩어져, 이 붉은 산하에
살아 해방의 횃불아래.. 벌거숭이 이 산하에

기나긴 밤이었거든. 투쟁의 밤이었거든
북만주 벌판에 울리던 거역의 밤이었거든
아... 모진 세월, 모진 눈보라가 몰아친다해도
불타는 이 산하에 이 한 목숨 묻힌다 해도
나는 쓰러지지 않아라..
폭정의 폭정의 세월, 참혹한 세월에
살아 이 한몸 썩어져, 이 붉은 산하에
살아 해방의 횃불아래.. 벌거숭이 이 산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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