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상댁 부인이 청이 부여잡고 우는데

김수연

(아니리)
선인들이 이 정상을 보고 전곡을 따로 내어 동인들께 부탁허되 심봉사 평생 먹고 입을 것을 내여 주었구나 그 때에 무릉촌 장승상댁 부인이 이 소식을 듣고 시비를 보내여 심청을 청하였거날 심청이 부친 전 엿짜오데 “아버지 장승상댁 부인이 저를 청하였사오니 어찌 하오리까” “윗따 그 댁에는 열번이라도 가고 백번이라도 가거라” 선인들께도 말허고 무릉 촌을 건너갈 제
(세마치)
시비따라 건너간다 울며불며 건너갈 제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어떤 사람은 팔자 좋아 양친이 구존하여 부귀영화로 잘 사는 뒤 내 신세는 어이 허여 십오세의 이 세상을 떠나는고” 그렁저렁 길을 걸어 무릉 촌을 당도허니 부인이 영접하여 “예이 천하 무정한 사람아 나는 너를 딸로 여기는디 너는 나를 속였느냐 효성은 지극허나 앞 못 본 너의 부친 뉘게 의탁 하랴느냐 공양미 삼백석을 지금 내가 줄 터이니 선인들과 해약하라” 심청이 엿자오데 “장사하는 선인들게 수삭만의 해약허면 선인들도 낭패오니 이제 후회 쓸데 있오 값을 받고 팔린 몸이 이제 두 말 허오리까” 부인이 심청의 기색을 보고 다시 두 말 못 허시고 “너 진정 그럴진데 너의 화상이나 그려 너를 본 듯이 보겠노라” 화공을 즉시 불러 심낭자 생긴 형용 역력히 잘 그려라 화공이 영을 듣고 오색단청 풀어놓고 황요월태 고운 얼굴 모란화 한 송이가 세우중에 젖인 듯이 난초 같은 푸른 머리 두 귀 밑에 따인 것과 녹의홍상 입은 태도 낱낱이 그려 내여 족자 떠러 걸어 놓으니 심청이가 둘이로다 부인이 화제를 쓰시난디 생기사귀일몽간허여 연장하필 누삼 삼고 세간의 취유단장처에 초록강남인미환이라 부인이 심청을 부여안고 “인제 가면 언제나 올거나 오는 날이나 일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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