퉁소독주

임석재

14. 퉁소독주 - 어사용 / 행상소리

1968년 8월 2일 / 전남 강진군 강진읍 남성리
김갑동, 남 58세

퉁소는 가는 대나무를 잘라서 두손으로 잡고는 손가락 길이대로 구멍을 낸 뒤 막았다가 뗐다가 하면서 부는 악기입니다.
옛날에 뭐 측량이 있나요, 그냥 대나무에 손가락을 대어 보아 닿는 곳마다 구멍내고 입술 닿는 곳에는 아랫쪽을 깍아내면 되었지요. 구멍은 가는 칼로 도려내기도 하고 송곳으로 하기도 하고 그리고 맨 아래에도 구멍을 하나 더 내었습니다.
피리도 대나무로 만들지만 피리는 혀라는 것이 있어 특수한 장치를 한 것이지요. 단소나 퉁소는 앞으로 잡고 붑니다. 옆으로 돌려 부는 것은 대금이라고 하지요. 이 퉁소를 부는 분네는 김갑동씨인데 장님이었습니다. 이런 사람은 풍각쟁이라고 하는데 한자로는 風客(각), 또는 風角이라고 씁니다. 음악을 角이라고 했지만 내 보기에는 客이 한문식으로 옳은 것 같아요. 요새 말로 하면 유랑연예인쯤 되는 것이지요. 풍각쟁이는 행방 전까지만 해도 볼 수가 있었는데 거지보다 조금 나은 사람으로 장님이 많습니다. 딸이나 지팡이를 앞세워 얻어먹는 사람은 그냥 거지이고 나름대로 퉁소나 해금, 또는 대금을 불면서 집집이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풍각쟁이라고 불렀습니다.
실제 생활은 거지를 면하지 못한 사회적으로 아무 지체없는 떠돌이들에 불과하지요. 그래서 이런 곡조를 한번 불어보라고 하면 날 보고 거지라고 하느냐 하는 생각에서 화를 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곡은 열아홉살 먹은 과부가 스물 일곱살 먹은 딸을 찾으려고 금강산 모퉁이를 돌아가면서 내 딸 봉덕아 어디 갔냐 하면서 슬피 우는 곡조라고 합니다. 열아홉살 먹은 과부가 스물 일곱살 먹은 딸을 두었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이렇게 실제로 있을 수 없는 내용을 설정해서 하나의 스토리가 있는 음악을 꾸몄다는데 우리나라의 음악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이 곡조는 너무 애절하고 또 퉁소 하나를 가지고 두개로 부는 것 같은 쌍소리를 내는 데 묘미가 있습니다. 이런 기교는 정말 훌륭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이 곡조를 이보형선생님께 들려드렸더니 풍각쟁이 소리 가운데 열아홉살 먹은 과부가 스물일곱살 먹은 딸을 찾으러 간다는 얘기 외에 고니라는 새가 죽었을 때 장사지내는 그런 곡조도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 그분 보고 어떤 곡조냐고 물었더니 말만 들었을 뿐 채록은 못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 곡조 가운데 상여 나가는 소리가 나오거든요. 그래서 어쩌면 이 곡이 고니의 상여소리 곡과 합쳐진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이 곡조에서 상여소리가 필요 없는데 쉽게 나오거든요. 여러분께 숙제로 남겨주니 공부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곡조는 멋도 있지만,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국악인이 많지만 아무도 이 곡조를 채록한 사람이 없어요. 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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