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비바람 몰아쳐
어디도 갈 곳 없게 되면
작은 오두막 속으로
우리를 가두고 불을 끄자
여기 세상은 무너질 듯
버드나무 가지만 흔들려
무서운 소리 들려
폭풍이 다시 몰려오나 봐
지붕을 때리며 우는
바람결의 통곡 소리
문을 잠그고 하나뿐인
열쇠를 손에 움켜쥐고
꺼진 잉걸 사이
작은 불씨 하나도 살릴 거야
그대, 얼마나 추운지
나는 알아 알고 있으니까
낡은 창문은 삐걱대며
울고 있구나
나도 몸을 떨며 울어본 게
얼마나 됐을까
두려움의 몸집만큼
쓸쓸한 마음까지도
모두 내려놓기로 해,
밤은 지나가고 있어
다시 불이 켜진 순간
흠뻑 젖은 기억도 말라 있겠지
그저 하나뿐인 그대의
집이 되고 싶은 나
덧없이 부러져버린
어린 가지들
담벼락 아래 떨고 있는
어미 새의 눈빛
전쟁 같은 이 순간도
동굴 속 같은 어둠도
모두 지나가고 있어
폭풍은 물러갈 거야
다시 불이 켜진 순간
흠뻑 젖은 눈가도 말라 있겠지
그저 하나뿐인 그대의
집이 되고 싶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