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계절의 한가운데
다 컷지만 어렸던 나에게
이내 곧 다가올 매서운 추위를
아무도 미리 일러주지 않았어
애매한 계절의 한가운데
봄날은 그저 찰나의 순간
떠날 사람에게 탕진해
조각난 마음을
묵묵히 주워 담는다
누가 황홀하다고 내게 말 했던가
아무것도 모르던 내게 말 했던가
범람하는 칼바람이
베어가려는 옷깃을 이내 여미며
애매한 계절의 한가운데
시퍼렇게 날선 모서리를
구겨 넣고 도망치는
그 누구의 시선도
잡아두지 못한 애달픈 등어리에
누가 황홀하다고 내게 말 했던가
아무것도 모르던 내게 말 했던가
성가시게 느린 시간
광장의 한가운데 우두커니 문득
애매한 계절의 한가운데
다 컸지만 어렸던 나에게
이내 곧 다가올 매서운 추위를
아무도 미리 일러주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