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린 건 폐곡선이 아니었다
그 해 여름 하수구로 흘러 들어 간 어떤 외로움
오늘 아침 그것으로 몸을 닦았다
어젯밤의 구토는 미처 소화시키지 못한
기억들을 쏟아내기 위함이었으리라
밤사이 차갑게 식어버린 토사물에서
지난날 술잔 속에 익사시킨 질문들과
농담처럼 굴리던 다면체의 시간들을 본다
그 시절 우리에겐 폐란 것이 있었다
너의 푸른 호흡 그 리듬에 맞추어 우리는 춤을 추었다
쓸쓸한 바닥 위로 몸이 미끄러진다
온몸으로 느끼는 너의 부재
밖으로 나오긴 전 옷장 속에 고이 걸어두었던
먼지 쌓인 너의 몸짓을 입는다
거기 누구 있나요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알레고리의 숲 꿈의 미로
우린 어디에 있나요
네가 떠난 오후의 바운더리에서 그림자는 야위어 갔다
"Il me semble que je serais toujours bien la ou je ne suis pas”
이 말을 남긴 채 그림자는 희망월의 마지막 밤
어둠 속에 분신했다
곰팡이가 피어버린 너의 여백
누군가는 청춘이라 부르던 그 종이 위에서
나는 얼마나 서럽게 울었던가
부조리의 골목 그리고 수백 번의 구타
그 흔적들을 바라본다
침묵으로 생긴 상처가 가장 깊다
모든 게 꿈이었나 싶다
흐르는 것들로부터 벗어나 존재와 부재를 바라보는 것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가지런히 끌어 모은 두 무릎에 얼굴을 묻는다
그리움의 모서리에서 가느다란 실을 뽑아 몸을 두른다
두꺼운 껍질 속에서 잠이 든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느린 꿈을 꾼다
조심스레 너의 안부를 묻는다
여기 토성의 영향 아래
거기 누구 있나요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알레고리의 숲 꿈의 미로
우린 어디에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