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모리) 노승 하나 일어서 읍하며 하는 말이 소승이 이 곳에 있는제 요지벽도 세번 피었으되 속객을 보지 못하였는데 어떠하신 귀객이요 한림이 살펴보니 신장은 구척이요 눈은 소상강 물결같고 서리 같은 두 눈썹은 왼얼굴을 덮어 있고 크나큰 두 귓밥은 양어깨에 척처져 학의 골격 봉의 정신이라. 한림이 황급하야 노승 앞에 엎드려 낭자의 글을 올리거날 노승이 바라보고 귀객이 오실 줄은 이미 알았으나 인생일생은 제왕도 면치못하는데 귀객은 낭자와 인연이 부족하였기로 낭자의 그 죽음은 하날이 주신 병이니 약효를 어찌 면하리오 옥황상제 분부에는 낭자님의 맥줄 안고 다시 명을 권하시며 이 약을 보내 시나니다. 백옥뜨기 불근해는 낭자님의 사은모요 백옥병에 담은 물은 숙영낭자 입에 넣으면 다시 환생 하오리다.
(중모리) 그때에 백한림은 약을 받아 손에 들고 노승 앞에 허리를 굽히고 공손히 여짜오되 대사님의 무궁조화 상통천문 하달지리허사 불노초 불사약 주시어 소생의 애처를 살리시니 은혜 백골지 난망이오 백배치사를 한 연후에 하직을 허고 물러서니 노승이 합장 배례를 하여 뒤를 돌아보지 말고 어서 급히 나가시사 낭자를 구하소서. 한림이 반겨 듣고 동문을 열고 나서보니 일낙서산이 황혼이 되어 갈 길은 천리만리 남고사면이 검어오니 원산에 잔나비는 자식 찾는 슬픈 소리 장부 간장을 회심커날 오든길을 돌아들제 뜻밖에 노독나촌 고향길 전혀 없어 잠깐 앉어 진정을 헌 연후에 그 산을 게우 넘어들어 강두에 다다르니 오든 배 매었거날 배에 선뜻 올라앉어 차잡고 뱃머리 돌려 떠날제 옥유동을 지내여 이화촌 돌아들어 매월당 들어서니 낭자 자는 듯이 누웠거날 한림이 약을 급히 내여 낭자 입에 흘리어 동정을 살필 적에 상공부인이 은은히 불러 유명이 노소거날 현우가 자별하니 오래 지체 못할지니 여동을 재촉하야 동방의 실솔선은 실르르르 일장호접이 펄펄 깜짝 놀래 깨달으니 남가 일몽이라. 아이고 허망허네 황능묘는 어데 가고 이것이 나의 초당이로구나.
(아니리) 백한림이 곰곰히 생각하니 숙영낭자와 삼년을 못참은 죄로 이런 재난을 당하였구나.
(엇중모리) 그때에 백한림이 꿈에 지시한대로 천태산 들어가 노승에게 약을 얻어 낭자를 살리니 백진사도 대희하야 일가 동락 태평허고 팔십장수를 한 연후에 하루는 낭자가 한림의 손을 잡고 백운타고 하날에 오르니 그 뒤야 뉘 알리오. 더질더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