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이트 미끄러지며
도로를 쓸어 가면
온갖 벌레소리만 대기를 채우고
아스팔트 온기
천천히 내 발을 데우면
어느새 어둠이 여기에
창백한 불빛들
반짝여도 어디쯤 있는지
텅 빈 버스 하나 선다면
슬쩍 타고 가볼까
시답잖은 고민들과 사나운 농담들
멍한 내 머리 속을 빠르게 채우고
너무 많은 생각과 얼굴들
여기 버려둔 채
조금 더 걸어가 봐야
투명한 네 눈 위를 수놓았던 하늘이
오늘 밤도 그 자리
그 얼굴로 멀리 흐르고 있어
조금씩 내 마음도 바뀌어가지만
희미한 새벽이 저기에